[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공유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국내 첫 SF 드라마'를 새겼다. 로코물 장인으로 불리던 공유가 이번엔 새 장르로 자신의 영역 확장에 성공했다.
공유는 2001년 KBS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해 드라마 '건빵 선생과 별사탕' '커피프린스 1호점' '도깨비', 영화 '잠복근무' '도가니' '부산행' '밀정' '82년생 김지영' 등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다.
그런 공유에게 국내 첫 SF 드라마인 '고요의 바다'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고요의 바다는'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다. 공유는 극 중 탐사대장 한윤재 역을 맡았다.
앞서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서 활약했던 공유는 "시리즈물이나 장르물에 출연하고 싶었다. 마침 '고요의 바다'가 SF물이었고, 결과물에 대해서 만족한다"며 "작품 자체가 공상과학물임과 동시에 인문학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고요의 바다'는 연출을 맡은 최항용 감독이 졸업작품으로 제작한 동명의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어 넷플릭스와 만나며 8부작 시리즈물로 재탄생했다. 공유는 "원작은 기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만 다룰 수밖에 없는데 이번엔 드라마 속 설정이나 지구, 한국의 모습을 교차적으로 표현하면서 세계관을 보여주는데 여유가 생겼다"며 "단편보다는 CG에 대한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장르적으로 볼거리나 오락적 요소들이 다양해졌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공유가 탐사 대장을 맡았다면, 그를 따르는 대원들도 있다. 배우 배두나부터 김선영, 이준, 이무생 등이 그의 동료들이다. 공유는 "배두나와 첫 호흡이었는데 이전부터 아이코닉한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배두나가 드라마의 중심축이고, 가장 큰 서사를 갖고 있다. 우리는 배두나를 따라가야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고요의 바다'는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해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배우 선배에서 제작자가 된 정우성에 대해 공유는 "저 역시 기획에 관심이 많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선배가 하는 걸 보면서 자극보다는 반성을 했다. 겨우 이 정도의 열정으로 덤빌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고 감탄했다.
많은 이들의 기대감 속에 공개된 '고요의 바다'였지만, SF 장르 특성상 강한 호불호 평가를 받았다. 또한 2021년 마지막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부담감도 상당했을 터다. 이에 대해 공유는 "작품 시작 전부터 호불호는 예상했던 반응이었다"고 덤덤하게 털어놨다.
이어 "마지막 라인업이라고 해서 부담감은 없었다. 각 작품마다 장르와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할 때만 해도 다른 시리즈물의 흥행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다만 시간이 흘러 결과물이 나왔을 때 수치적으로 부담이 될 순 있다. 하지만 1등을 바라고 만든 건 아니다. 사람들은 결과에 대해 말을 하지만 그게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공유는 그동안 굵직한 작품의 주연들을 맡아왔다. 그런 그가 '82년생 김지영' '고요의 바다'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여성 주인공의 비중이 큰 작품을 선택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공유가 일부러 로맨스물을 피한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그는 "일부러 피하진 않는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일부러 장르를 따지고 피하진 않지만 배우로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며 작품이 가진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공유는 이번 작품과 전작 '서복' 등을 통해서 인간과 기술, 환경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을 선보였다. 공유는 "이런 작품들은 양가적인 감정이 들게 하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비윤리적이어도 생존할 것인가, 금단의 열매를 딸 것인가 하는 고민을 남긴다"며 작품 선택에 대한 기준을 언급했다.
또한 공유는 "철학적인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제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서다. 물론 작품상 설정뿐이긴 하지만 그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제 마음속에 남는 것들이 있다"며 "그런 연기들을 통해서 저에게 새로운 시각이나 관점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유는 "제가 지향하는 지점과, 제 안에 꿈틀거림이 맞닿는 지점에 있는 작품들을 선택한다. 무조건 '도전'을 선택하진 않는다"며 "이번 작품 역시 장르의 첫걸음치곤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관점이 나오는 건, 그만큼 관심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하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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