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12년 만의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벤투호에게 2021년 지옥과 천당을 오간 해였다. 출발은 최악이었다. 지난해 3월 일본과의 원정 한일전에서 0-3 대패를 당했다. 손흥민, 황의조 등 핵심 멤버들이 제외된 상황이었지만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결과였다. 벤투 감독에 대한 축구팬들의 믿음도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벤투호에게 한일전 대패는 쓴약이 됐다. 벤투호는 지난 6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잔여 경기에서 3전 전승을 기록하며 최종예선에 안착했다.
벤투호의 순항은 최종예선에서도 이어졌다. A조에 편성된 한국은 지난 9월 2일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이라크와 졸전 끝에 비기며(0-0) 우려를 자아냈지만, 레바논(1-0), 시리아(2-1)를 연파하며 안정을 찾았다. 이후 벤투호는 지옥의 이란 원정에서 무승부(1-1)를 거두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고, 11월 2연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 1-0), 이라크(3-0)를 격파했다.
최종예선이 4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는 현재, 한국은 4승2무(승점 14)로 조 2위에 자리하고 있다. 1위 이란(5승1무, 승점 16)과는 2점 차 뒤지지만, 3위 UAE(1승3무2패, 승점 6)에는 8점이나 앞서 있다. 각 조 2위까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큰 변수가 없는 한 한국의 10회 연속 본선 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벤투호는 오는 27일 레바논, 2월 1일 시리아, 3월 24일 이란, 29일 UAE와 차례로 맞붙는데, 빠르면 레바논전 또는 시리아전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가까워지면서, 축구팬들의 관심도 최종예선이 아닌 본선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역사를 썼지만, 이후 16강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강호 독일을 격파했지만 1승2패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벤투호는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목표로 한다. 벤투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이후 4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팀을 이끌며 자신의 축구를 대표팀에 주입시켰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최종예선에서의 모습은 벤투호의 축구가 완성에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다.
주축 선수들의 경기력이 절정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은 소속팀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하며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기감을 높이고 있다. 황의조(보르도), 김민재(페네르바체),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등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세계의 강호들을 상대로 벤투호의 축구를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벤투호가 결전의 무대인 카타르 월드컵에서 4년의 노력을 결과로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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