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스토킹 피해자들을 보호할 확실한 방법은 없을까?
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목숨 건 숨바꼭질 - 내 집 앞의 악마들'이라는 부제로 스토킹 범죄를 다뤘다.
인터넷 먹방 VJ로 활약 중이 나리 씨는 구독자 박 씨에게 스토킹을 당해왔다. 오프라인 만남 후 알려지지 않은 개인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오거나 나리 씨의 집 주변을 맴돌기도 했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스토킹은 끊이지 않았다. 경찰 신고 후에는 나리 씨의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나리 씨를 압박했다.
결국 나리 씨는 직접 나서서 박 씨가 자신을 위협했다는 것을 증빙할 수 있는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다. 목숨을 건 차량 추격전 끝에 결정적인 증거가 제출됐고, 이에 법원은 박 씨에 대해 2달간의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박 씨는 접근 금지 상태에서도 나리 씨의 근처를 찾아왔고, 이에 박 씨에게는 스토킹 처벌법 잠정 조치 위반으로 10일간의 구금이 명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SNS 상태 메시지에 "방에 카메라 있는 건 모르네"라며 피해자를 위협하는 행동을 계속 했다.
이날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박 씨의 집을 찾아냈고, 스토킹 이유를 추궁하는 제작진의 물음에 "벌금 내면 되지 않냐"면서 반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박 씨는 제작진을 경찰에 주거 침입으로 신고하기까지 했다.
구치소에 나온 후에도 박 씨는 여전히 스토킹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나리 씨의 경우 박 씨가 한번 더 접근할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가해자가 처벌을 받으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우 곽진영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방송에서 사라졌다.
처음에는 종말이 팬이라며 접근한 가해자는 어느 순간 그에게 집착을 드러냈고, 4년간 스토킹을 당했다.
아무리 휴대폰 번호를 차단해도 모르는 번호로 수십 개, 수천 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곽진영은 "이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른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또한 촬영 당일도 공장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런 행동에 곽진영이 전화와 문자를 차단하자 가해자는 1원씩 계좌 이체까지 하며 협박과 비방 메시지를 1400개 넘게 보내왔다.
또한 문을 열어주지 않자 곽진영이 사는 인근에 밤 10시 반에 찾아와서 벨을 누르고 소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문을 안 열어주자 인근에서 고성방가를 하며 괴롭히기도 했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 전 민사로 접근 금지 요청을 하자 가해자는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결국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 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피해자 곽진영. 그는 "우리 가족이 무슨 죄냐. 심지어 친한 언니한테도 전화한다. 물밖에 못 먹었다. 먹으면 헛구역질이 나오고 공황장애처럼 되더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를 것"며 울먹였다. 심한 우울증으로 최근까지도 정신과 치료 중이라고 고백한 곽진영. 현재 가해자 김 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주거 침입,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하지만 가해자는 구치소에서까지 곽진영을 협박하는 16장 장문의 협박 편지를 보내며 그를 계속 위협하고 있었다.
보복이 두렵냐는 질문에 곽진영은 "당연하죠. 지금도 겁난다. 저 안에 있으면서 날 어떻게 망가뜨릴 생각을 할까. 나오면 날 어떻게 해코지할까 무섭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그는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을 잤으면 좋겠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바라는 건 그거다. 편안한 일상을 꿈꾸는 거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정신과 전문가는 "스토킹 피해자들에게는 안정감을 침해받았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다. 그들에게는 안전한 장소가 없다. 어디엔가 가해자가 나를 해할 뭔가를 해놓았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그 불안감이 심해지다 보면 PTSD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가해자들의 위치를 알고 싶어했다. 교수 한민경 씨는 "가해자들은 자유롭게 활보하는데 피해자는 숨어야 하는가가 의문점으로 나오고 있다. 신고 이후 피해자가 얼마나 안전함을 느끼는지 위험성을 평가하고 모니터링을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신상 공개 제도 시행 11년 만에 지난해는 가장 많은 숫자인 10명의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다. 그런데 이 중 절반은 스토킹 살인, 교제 혹은 보복 살인 피의자였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사건 발생 이전에 명백한 전조 증상들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사건 발생 전 이들에 대한 능동적인 감시와 엄중한 조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접근금지 명령 신청하면서 피해자가 저 사람이 너무 두렵고 내 안위가 너무 걱정되고 가족의 안위가 걱정되니까 GPS 장치 붙착해달라고 하면 허락하는 주가 있다. GPS 장치를 피해자도 가지고 있고 관할 경찰서도 갖고 있어서 알람 울리면서 바로 통보된다. 미국에서 그 모든 비용을 가해자가 내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또한 억울한 피해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이런 시스템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 첫 시행 이후 4000건 이상의 스토킹 관련 피해 신고 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100건 이상으로 시행 전 4배 이상 급승한 수치다. 그만큼 고통 속에 숨어있는 피해자가 많았음을 이해한다.
경찰은 최근 현장 대응력 강화 종합 대책을 내놓으며 폭력에 수반된 스토킹 관련 사건을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가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긴급 응급조치와 잠정 조치도 적극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긴급 응급조치 위반에 따른 과태료 규정을 형사 처벌로 변경해야 한다며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경찰의 이런 노력과 함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피해자를 더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가해자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밥법일 것이다. 20여년 동안 잠들어있던 스토커 처벌법을 시행한 것처럼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방송은 강조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