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반짝이며 등장했지만 그 빛은 꺼지지 않는다. 가늘지만 길게, 영원히 빛날 별을 꿈꾸는 배우 강훈의 이야기다.
강훈은 2009년 단편 영화 '고리'로 데뷔해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신입사관 구해령' '어서와' '너는 나의 봄' 등에 출연했다.
묵묵히 제 길을 걷던 그가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바로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연출 정지인, 이하 '옷소매')를 만나면서부터다.
'옷소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를 기록한 사극이다. 첫방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이하 전국기준)로 출발했던 '옷소매'는 최근 15회에서 14.3%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흥행작에 함께했다는 것만으로 "굉장히 영광스럽다"는 강훈이다. 그는 "이렇게 비중이 있는 인물을 연기한 것은 처음이다 보니 너무나도 좋았다"고 말했다. 뜨거운 사랑을 받은 만큼 여운도 짙다. 그는 "촬영이 끝났을 때 기분이 울컥했다. 좋은 작품이었고 큰 호응과 관심을 얻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극 중 강훈은 한성 제일가는 미남자이자 부드럽고 '따뜻한' 외모 속에 '서늘한' 내면을 감추고 사는 겸사서 홍덕로를 연기했다.
강훈은 홍덕로의 양면성을 최대치로 표현하려 했다. 그는 "오디션에서 감독님이 '착하지만 서늘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고 해 주셨다. 제가 가만히 있으면 웃는 상이라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사극에선 몸의 행동이 많지 않고 눈이나 표정으로 드러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대사를 읽으면서 얼굴의 각도나 눈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임했다"고 전했다.
'조선 최고 미남자'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도 자연스럽게 수용한 그다. 강훈은 "미남자라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자신감이 없으면 중간도 안 될 거 같아 자신감을 가지려고 했다"며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계속 미소 짓는 법을 연습했다. 계속 웃고, 어떻게 해야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까 고민했다. 외적으로는 살을 한 6Kg 정도 뺐다"고 설명했다.
따뜻했던 홍덕로는 점점 서늘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이산(이준호)이 보위에 오르자 야망을 드러내고 그의 총애를 독차지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엇나간 욕망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욕망은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그는 "그 사람에 빠져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내 생활에서 찾아와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만나며 그런 일들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며 "강훈이라는 사람으로 홍덕로를 표현한 게 아니다. 그저 홍덕로라는 사람이 이렇게 표현했을 거라고 생각해 그 부분을 잘 섞어서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산의 총애를 받으려 한 홍덕로는 유쾌한 별칭도 얻었다. 성덕임(이세영)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홍섭녀(홍덕로 서브녀)'로 떠오른 것. 이에 대해 강훈은 "촬영장에서 스태프분들이 '홍섭녀'라고 불러 주시더라"며 "작품을 통해 이런 별명도 생기는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삼각관계 주인공들과의 호흡도 좋았다고. 그는 "이준호과 신이 들어갈 때마다 제가 중요했던 걸 물어봤다. 그럼 이준호가 '이런 감정 아니었을까'라며 디테일하게 이야기해 줬다. 그런 부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세영에 대해서는 "촬영장에서 에너지가 좋았다. 저도 아무래도 긴장을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런 긴장감을 잘 풀어주고 조언도 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를 전했다.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강훈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모았다. 물론 삐뚠 욕망을 보인 탓에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고. 그러나 이 역시 강훈에겐 큰 자양분이 됐다.
그는 "홍덕로에 대한 나쁜 평가들이 나오면 제가 연기를 나쁘지 않게 잘하고 있구나 생각이 됐다. 내가 생각한 반응이 나온 것 같아서 좋았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옷소매'에는 홍덕로의 정치적 욕망, 삼각관계 로맨스까지 담겼다. 이는 강훈이 생각한 작품의 매력 포인트기도 하다. 그는 "저희 드라마가 정치, 멜로가 균형 있게 잘 들어가 있다. 또 드라마가 몰입감이 있다. 그것이 인기를 끌 수 있던 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덕로는 '옷소매'에서 누구보다 야망이 큰 인물이다. 그와 달리 배우 강훈은 소박한 야망을 품었다. 큰 성공보다는 꾸준한 노력의 가치를 크게 여기는 그였다.
강훈은 "연기를 쉬는 순간도, 하는 순간도 많았다. 앞으론 쉬지 않고 계속해서 연기를 하고 싶다. 가늘고 길게 가고 싶은 게 제 야망이다. 갑자기 스타가 되고 싶다기보다 천천히 정상을 향한 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 강훈은 오늘도 내일도 전진한다. 변함없이 최선을 다해 발걸음을 내딛겠다 다짐하는 강훈이다.
"제가 진심과 최선을 다 하지 않으면 화면에서 이가 티가 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지금 순간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제가 연기를 하면서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 할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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