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 도쿄 올림픽은 예정보다 1년 늦은 올해에서야 개최됐다. 1년을 미룬 올림픽이었지만 불안함은 여전했다. 선수단과 관계자들은 격리 생활을 하며 올림픽에 참여해야 했고, 대부분의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됐다. 대회 전은 물론, 기간 중에도 선수단 및 관계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한국의 신경을 건드는 사건도 발생했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는 성화봉송로를 표시한 지도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인 것처럼 표기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지만 이는 끝까지 수정되지 않았다. 한국 선수단이 선수촌에 건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 현수막도 일본이 트집을 잡으면서 내려야 했다. 이외에도 후쿠시마산 식재료에 대한 우려, 폭염, 후진 행정이 한국 선수단을 괴롭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16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5년 전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기록한 성적(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 종합 8위)은 물론, 대회 전 목표(금메달 7개 이상, 종합순위 10위 내 진입)에도 미치지 못한 성적이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 이후 최악의 성적이기도 했다.
한국의 메달레이스를 이끈 종목은 양궁이었다. 한국은 양궁 5개 세부종목 가운데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양궁의 힘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렸다. 특히 안산은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양궁 사상 첫 올림픽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스포츠의 하계 올림픽 첫 3관왕이기도 했다. 김제덕도 혼성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올랐다.
펜싱과 체조의 선전도 빛났다. 펜싱에서는 단체전 출전 전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고,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김정환)을 보태며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의 성적을 거뒀다. 또한 체조에서는 남자 도마에서 신재환이 깜짝 금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도마에서는 여서정이 동메달을 추가하며 아버지 여홍철과 함께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다만 믿었던 태권도, 사격, 유도의 부진은 아쉬웠다. 특히 태권도는 노골드에 그치며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기록,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 리우의 설욕을 노렸던 유도 역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쳤다. 사격에서는 여자 25m 권총(김민정)에서 획득한 동메달이 유일한 메달이었다.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스포츠의 감동을 안긴 종목도 있었다. 특히 김연경을 중심으로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선전하며 4강에 진출했다. 또한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은 한국신기록(2m35)으로 4위에 오르며, 한국 육상 트랙&필드 종목 올림픽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수영의 황선우는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결선까지 오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탁구 신동 신유빈도 가능성을 보여주며 3년 뒤 파리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많은 과제를 안고 도쿄 올림픽을 마친 한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을 목표로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한국 체육이 도쿄의 교훈을 발판 삼아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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