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공상에 색채를 입혔다. 머릿속에 펼쳐진 독특한 세계관을 옮겨놨다. 상상력을 시각화하겠다는 도전 정신이 돋보이는 한국 첫 SF(공상 과학) 드라마, '고요의 바다'다.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고요의 바다'(극본 박은교·연출 최항용)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원작은 최항용 감독이 졸업 작품으로 찍은 단편 영화다. 최 감독이 학생 시절 상상하던 세계관이 작품 속에서 그려진다.
8부작으로 구성된 '고요의 바다'는 물이 고갈된 미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람들은 물을 사용할 수 있는 등급이 정해진다.
생존을 위해 우주항공국 탐사대원들은 달로 떠난다. 대원들은 달에 위치한 연구기지에서 '월수(月水)' 샘플을 수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월수로 인해 기괴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월수에 감염된 대원은 연이어 사망하고 해괴한 인물도 등장한다.
'고요의 바다'는 고증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상상력을 자극한다. 판타지를 가미한 SF물(공상 과학)라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가진다.
작품 배경은 달이다. 그러나 익히 아는 달과는 다르다. 중력은 적고 '월수'라는 생명수가 있다. 우주인들은 떠다니지 않고 달 위에서 발걸음을 옮긴다. 발해기지에는 물과 식물도 존재한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판타지물에 어울리는 소재다. 기존의 이론을 깨부수고 창의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공상에 '고요의 바다'만의 색을 입혔다.
공상이라 바라보면 즐길 거리가 많다. 달에 흐르는 월수, 월수에 접촉한 사람들의 이상반응, 실험체 루나의 아가미와 기묘한 행동도 납득이 간다. 물 부족 현상으로 등급이 나뉜다는 세계관도 독특하게 느껴진다.
연출에도 실험 정신이 돋보인다. 한국에서 우주를 다룬 영화는 많지 않다. '고요의 바다'는 우주로 출항하는 비행선부터 거대한 스케일의 달, 발해기지를 그린다. 화려한 CG들은 한국 SF물로서의 가능성을 열었다.
배우들도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낸다. 최연소 우주항공국 탐사대장 역을 맡은 공유는 말 그대로 리더다. 막중한 책임감 속 임무를 진두지휘하며 책임감을 발휘한다. 조연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월수에 감염에 물을 토하는 이성욱, 정순원 등은 몸을 사지 않는 열연을 펼친다. 다만 배두나의 연기력은 기시감이 느껴진다. 좀비의 위험성을 알리던 드라마 '킹덤' 속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전작의 이미지를 벗지 못한 연기가 아쉽다.
'고요의 바다'는 고증보단 재미를 택했다. 그러나 두 마리를 토끼를 모두 잡지 못한 만큼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주 과학 영화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아쉬움은 판타지로 달랜다. 색채 입힌 공상이란 한 마리 토끼는 놓치지 않은 '고요의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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