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플랫폼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 채널(이하 종편)의 전유물로 보이던 드라마와 예능이 OTT 플랫폼 자체 제작 시리즈로 탄생했다. 굳건했던 레거시 미디어(전통미디어) 소비층이 OTT 플랫폼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한국은 콘텐츠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동시에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내세우고 있다. 가장 먼저 변화를 보였던 드라마 산업부터 현재는 예능까지 점차 발판을 넓히는 중이다.
◆ OTT 오리지널 예능 어디까지 왔나
그동안 넷플릭스에선 오리지널 예능으로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 '백스피릿' '신세계로부터' '먹보와 털보' 등을 선보였다. 티빙은 '여고추리반' '환승연애'를, 카카오TV는 '체인지데이즈' '찐경규' '빨대퀸' '맛집의 옆집' 등을 선보였다. 다만 현재까지 OTT 플랫폼에서 뚜렷한 성적을 거둔 오리지널 예능을 꼽긴 어렵다. 특히 드라마 산업에서 굵직한 성과를 거둬 이에 비하면 예능 성적표는 아직 미미하다.
그럼에도 OTT 플랫폼에서 꾸준히 오리지널 예능을 생산하는 이유는 방송가 예능과 제작 환경에서 오는 차이도 존재한다. 제작에 대한 창의성과 자율성이 보장되고, 제작비가 비교적 자유롭다. 무엇보다 해외를 기반으로 둔 플랫폼들은 한국을 비롯해 서비스가 제공되는 국가에 동시 공개되는 방식 덕분에 판권 수출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
중간 광고와 PPL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른바 'PPL 프리'를 선언했다. 시청자들은 광고나 약정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극의 흐름을 끊어가는 무분별한 PPL이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PPL 프리'를 선언한 OTT 플랫폼이 등장했다.
동시에 제작비 역시 또 하나의 이유로 꼽혔다.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는 콘텐츠는 사전 투자로 제작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제작사는 흥행 여부에 대한 부담을 떠나 안정적인 환경에서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위험부담을 덜어내는 대신 판권이나 저작권은 플랫폼이 가져간다.
OTT 오리지널 예능 / 넷플릭스, 티빙 제공
◆ 제약 없는 OTT, 한계는 적게·접근성은 높게
무엇보다 OTT 플랫폼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로움'이다. 지상파 방송보다 규제와 제약이 적다. 동시에 접근성은 높아졌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더 쉬운 방법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한 OTT 플랫폼 관계자 A씨는 스포츠투데이에 "넷플릭스 같은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는 인터넷에 연결된 디바이스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높은 시청 접근성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A씨는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다운로드 기능을 이용해 사용자의 편의를 중심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있었다면, OTT 플랫폼이 발달하며 시청자들에겐 접근성의 허들이 낮아졌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지상파에 비해 규제와 제약이 적은 편인만큼 창작자들의 자율성도 보장된다. A씨는 "한국은 콘텐츠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손에 꼽히는 스토리텔링 강국"이라며 "OTT 플랫폼들은 국내 창작자와 함께 이야기를 발굴하고자 한국 콘텐츠에 전폭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의 등장으로 콘텐츠 생산이 매우 다양해지면서 포맷과 주제에 국한되지 않는 유연한 콘텐츠 제작과 편성이 활성화됐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OTT는 단기간에 급증하는 유료가입자수를 노리지 않는다. 이들이 바라보는 것은 유입된 유료가입자수의 장기간 유지다. 이에 따라 OTT 플랫폼에선 끊임없이 창작자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하나의 콘텐츠가 성과를 냈을지라도, 또 다른 콘텐츠를 생산해 소비자들을 꾸준히 붙잡아야 한다. 다수의 OTT 플랫폼이 등장함에 따라 콘텐츠의 양이 늘어났다. 이제 관건은 콘텐츠 질의 싸움이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콘텐츠로 승부해야 시청자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OTT 오리지널 예능 / 카카오TV, 왓챠 제공
◆ 오리지널 예능, 과감한 선택의 필요성
OTT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오리지널 예능들은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방송가 예능과 극명한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한 콘텐츠 유통 관계자 B씨는 스포츠투데이에 "비슷한 포맷의 콘텐츠들이 생산되면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같은 소재도 어떻게 연출하느냐, 어떤 신선함을 더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미 한차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포맷들을 여러번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각 콘텐츠들이 가졌던 특유의 매력이 반감되는 식이다. OTT 플랫폼에서 내세웠던 오리지널 예능들 대부분이 기존 예능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특히 연애 예능의 경우가 그렇다. 출연자들끼리 짝을 짓거나, 혹은 이별을 앞둔 연인, 이별한 연인들을 한자리에 모아놓는 포맷이다. 올 한 해 탄생한 OTT 오리지널 예능 중 연애를 앞세운 콘텐츠들은 '환승연애' '러브캐처 인 서울' '러브&조이' '체인지데이즈' '솔로지옥' 등이다.
여기에 중복 출연자들 역시 또다른 문제로 꼽혔다. 굵직한 출연자들이 다수의 프로그램을 맡으며 다른 포맷이어도 기시감이 들게 한다. B씨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야 하지만 '믿고 쓰는' 이들이 주는 흥행 안정성도 무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오리지널 예능이 아닌 기존 콘텐츠의 힘을 빌린 이들도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SBS '런닝맨' 스핀오프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을, 쿠팡플레이는 'SNL 코리아' 해외 판권을 선택했다. 이는 이미 흥행이 보장된 기존 예능들의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티빙이 발표한 지난 18일 기준 유료가입자 수는 CJ ENM으로부터 독립 출법 직후보다 약 256% 증가했다. 지난 1월 첫 오리지널 콘텐츠 '여고추리반'을 선보인데 이어 11월까지 유료가입자 중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유입된 비율은 이중 50%에 달한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가진 힘과 영향력이 큰 만큼 플랫폼 역시 총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중에서도 과포화된 드라마 보다 아직 블루오션에 머무는 예능 콘텐츠 개발이 필수다.
이젠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다. 앞서 SBS '런닝맨' tvN '꽃보다 할배' MBC '복면가왕'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지상파·케이블 예능 판권이 해외로 수출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이중 '복면가왕'은 지난 2019년 미국 FOX 채널을 시작으로 53개국에서 리메이크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현상황에서 드라마 산업뿐만 아니라 예능 산업도 힘을 내볼 시점이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