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재미를 위한 연출이라기엔 그동안 강조해온 스포츠 정신이 아쉽다. '골 때리는 그녀들'의 조작 편집 논란 이야기다.
26일 전 국가대표 축구 선수 김병지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을 통해 최근 불거진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조작 편집 논란을 언급했다.
이날 김병지는 "편집은 맞지만 없던 스코어를 만든 건 아니다"라며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감독들도 열심히 했다. 경기 전 훈련도 제대로 했다. 최선을 다한 결과로 PD님, 스태프들이 재미있게 구성한 편집으로 생각했고, 조작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편집한 것에 언짢아하시는 건 죄송한 생각이 든다"면서도 "(점수) 조작은 인정하지 못한다. 없는 걸 있는 걸로 만든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22일 방송된 '골때녀 시즌2 리그전 개막전에선 FC 구척장신 VS FC 원더우먼 경기가 진행됐다. 당시 후반전 4:3 상황에서 차수민이 추가골을 터뜨렸고, 최종 스코어는 6:3으로 FC 구척장신의 승리였다. 그러나 방송 직후 차수민의 득점 당시 중계석에서 포착된 점수판과 감독진의 위치 등으로 인해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골때녀'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짜깁기 편집을 인정했다.
제작진은 이 같은 편집 이유에 대해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김병지 역시 최종 경기 결과를 조작한 것은 아니며, 재밌게 구성한 편집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골때녀'는 그동안 출연진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앞세운 스포츠 예능으로 주목받았다. 축구를 기반으로 한 예능인만큼, 재미와 동시에 스포츠 정신을 추구했어야 함이 당연하다.
또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스포츠맨이었던 김병지가 제작진의 짜깁기 편집에 대해 "없던 스코어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과만은 투명했다고 외치기엔 그곳까지 가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연출과 조작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다. 제작진의 사전상황 설정과 이미 결과가 도출된 경기 과정 순서를 뒤바꾸는 것은 다르다. 없는 스코어를 만들지 않았더라도, 이미 종료된 경기 속 장면들을 짜깁기하는 것도 엄연한 조작이다.
하물며 스포츠 예능에서 재미를 앞세운 짜깁기 편집을 제작진의 연출로 치부하긴 어렵다. 이는 곧 조작 역시 연출의 일부로 인정한다는 말과 같다. 시청자들은 연출과 조작의 명확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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