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누구보다 선수들의 열정과 진심을 앞세웠던 '골 때리는 그녀들'이 제작진의 안일한 선택으로 암초에 부딪혔다. 스포츠 예능에서 불거진 조작 논란은 그야말로 치명타다.
24일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제작진은 공식입장을 통해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제작진은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요오가 다르지 않다고 해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고 일부 편집 조작 논란을 인정했다.
이는 지난 22일 '골때녀' 방송 이후 불거진 조작 논란이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골때녀2' 시즌2 개막전 FC 구척장신과 FC 원더우먼 경기 속 일부 장면들에 대해 짜깁기 의혹을 제기했다.
가장 문제가 된 점은 방송상 후반부에 터진 FC 구척장신 차수민의 5번째 골이다. 방송분에선 후반 4:3으로 FC 구척장신이 앞선 상황에서 차수민이 또 한 번 골을 성공시키며 5:3이 됐다.
골 때리는 그녀들 짜깁기 논란 / 사진=SBS
그러나 해당 장면에서 캐스터석에 4:0이라는 현재 경기 상황이 적힌 스케치북이 포착됐다. 또한 후반전에서 관중석 오른쪽에 위치해있던 김병지와 한영민 감독은 해당 장면에서 여전히 전반전과 같은 왼쪽에 자리했다. 여기에 더해 FC 원더우먼 감독 이천수가 전반전 이후 이어진 하프타임에서 전술판을 세워뒀지만 차수민 득점 장면에선 이러한 장면이 사라졌다. 이를 토대로 누리꾼들은 차수민의 5번째 득점이 실제로는 후반전이 아닌, 전반전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후 '골때녀' 제작진은 방송분 내에 일부 짜깁기가 있었음을 인정하며 충격을 안겼다. 예능을 위해 흥미와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제작진의 선택이었을지라도, 이들이 '스포츠' 예능에서 짜깁기 편집을 했다는 점이 비난을 샀다. 무엇보다 공정함이 우선시되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특히 '골때녀'는 앞서 출연자들의 축구를 향한 열정과 진심을 강조해왔다.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던 '골때녀' 최여진, 박선영, 양은지, 사오리 등은 축구에 대한 애정을 토로하며 눈물까지 보였다. 그러나 제작진의 짜깁기 논란은 선수들의 진심마저 퇴색되게 만들었다.
또한 '골때녀'는 올해 설날 파일럿을 시작으로 6월에 정규 편성돼 시즌2까지 달려왔다. 특히 문제의 방영분인 22일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시청률 9.5%(이하 전국가구 기준)를 달성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여기 6주 연속 수요 예능 시청률 전체 1위를 달성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골때녀'에 제작진의 과욕이 찬물을 끼얹었다. 각 선수들이 자신의 개인 SNS에 연습 장면부터 부상 사실까지 공개하며 열정을 드러내는 모습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제작진은 공식입장을 통해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고, 예능적 재미 추구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파일럿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리그전을 개최한 제작진은 이제서야 가장 중요한 덕목을 깨달았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