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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첫 통합 우승부터 역대급 스토브리그까지, 뜨거웠던 프로야구 [2021 ST스포츠결산②]
작성 : 2021년 12월 28일(화) 06:00

KT 위즈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2021시즌 프로야구가 막을 내리며 어느덧 2022년을 앞두고 있다.

비록 코로나19 여파로 팬들의 뜨거운 함성은 들을 수 없었지만, 막판까지 1위와 5위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응원 열기와 관심이 이어졌다.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과 대기록도 만들어지며 볼거리가 넘쳐났다. 새해를 앞둔 지금, 재미와 함께 말도 많았던 2021시즌을 되돌아본다.

▲막내 구단 KT의 창단 최초 통합 우승
올 시즌 KBO 리그 왕좌는 '막내 구단' KT 위즈가 차지했다. 프로야구 제 10구단으로 2013년 창단한 KT는 2015년 1군 진입 후 2017년까지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8년에는 한 계단 오른 9위에 그쳤다.

그러던 중, 이강철 감독이 부임하며 팀이 변화해 갔다. 2019년에 6위에 오르더니 2020년에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며 3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창단 8년 만에 통합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시즌 초반부터 KT는 강한 투수력과 응집력 있는 타선으로 상위권에 머무르다 6월 25일 이후 10월 중순 전까지 줄곧 1위를 지켰다.

10월 부진을 틈타 추격해 온 삼성 라이온즈를 뿌리친 KT는 마침내 정규시즌 우승을 이뤘다. 그렇게 직행한 한국시리즈에서 와일드카드전을 치른 팀 최초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두산 베어스를 4연승으로 제압하고 통합 우승까지 달성했다. 포스트시즌 팀 타율 0.338로 불을 뿜던 두산의 타선은 KT의 '철벽' 선발진을 만나고 잠잠해졌다.

촘촘한 수비와 베테랑들의 투혼도 돋보였다. 유한준과 박경수는 최고참임에도 솔선수범하며 팀을 이끌었다. 특히 박경수는 승부처였던 3차전에서 홈런과 2개의 호수비를 보여주며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부상을 당해 목발을 짚고 우승의 순간에 나타난 박경수와 KT 선수들이 얼싸안는 장면은 뭉클함을 자아냈다.

이제는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넘어 2연패를 노린다. 막내 구단의 겁 없는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란다 / 사진=DB


▲두산 미란다·키움 이정후·KT 강백호, 최고의 활약 선보여
올 시즌 남다른 활약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 선수들이 있다. 두산의 아리엘 미란다,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 KT 위즈의 강백호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거쳐 대만 리그에서 뛰던 미란다는 총액 80만 달러에 KBO 리그에 진출했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미란다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미란다는 두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특급 활약을 펼쳤다.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25삼진으로 '레전드' 故 최동원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인 223삼진을 갈아치우며 새 역사를 만들었다.

시즌 종료 후 미란다가 남긴 성적은 173.2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이었다. 다승 공동 4위, 탈삼진과 평균자책점에서 1위에 올라 2관왕을 차지하며 2021 KBO리그 MVP, 골든글러브 투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타자로는 '라이벌' 이정후와 강백호가 함께 활약해 야구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둘은 올 시즌 함께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으로 뽑히기도 했다.

타격왕 싸움도 흥미진진했다. 강백호가 초반 4할의 타율을 몰아치며 줄곧 타격 1위를 유지했으나 이정후가 9-10월 40경기에서 타율 0.383을 기록하며 역전했다. 결국 0.360의 타율을 올린 이정후가 타격왕의 주인공이 됐다.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와 함께 '부자 타격왕'에 오른 이정후는 4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아쉽게 타격왕을 놓친 강백호는 올 시즌 0.347의 타율과 16홈런 102타점을 올리며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에 일등 공신이 됐다. 전체 선수 중 최다인 278표를 얻으며 2년 연속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 수상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둘은 지난달 KBO리그 MVP 투표에서 나란히 2·3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야구의 현재이자 미래임을 스스로 증명하기도 했다.

추신수 / 사진=DB


▲베테랑부터 젊은 선수들까지…2021시즌은 대기록 잔치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인 만큼 올해에도 다양한 대기록들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지난 4월 NC 다이노스의 양의지가 포수 최초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하며 대기록의 포문을 열었다.

베테랑들의 활약도 이어졌다. 삼성의 오승환은 만 39세 2개월 28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40세이브를 달성했다. 2013년 손승락의 만 31세 6개월 10일을 넘는 기록이다.

2006년 역대 최연소 40세이브(만 24세 1개월 6일)의 주인공이기도 한 오승환은 또 하나의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올 시즌 44세이브로 구원왕의 자리에도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SSG 랜더스의 추신수는 만 39세 2개월 22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20홈런-20도루의 주인공이 됐다. 양준혁의 만 38세 4개월 9일을 앞당긴 기록이다. 최고령 시즌 100볼넷의 기록도 세웠다. 시즌 종료 후 SSG와 재계약을 맺은 추신수는 또 다른 기록 경신을 준비할 전망이다.

키움 박병호는 역대 두 번째 8년 연속 20홈런의 금자탑을 쌓으며 건재한 장타력을 뽐냈다. 이는 이승엽을 잇는 기록이다. 박병호는 통산 홈런 327개로 현역 타자 가운데 역대 4위에 올라 있다.

SSG의 중심타자 최정은 이승엽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개인 통산 400홈런 기록을 세웠다. 35홈런으로 홈런왕의 자리에도 오르며 현역 타자 가운데 홈런 1위(403개)의 기록을 이어갔다.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은 개인 통산 902번째 경기에 등판해 류택현이 보유했던 역대 투수 최다 출전 기록을 경신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NC로 이적한 손아섭은 역대 최소경기(1631경기) 최연소(만 33세 3개월 22일) 2000안타 대기록을 세웠다.

어린 선수들도 대기록 달성에 동참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은 만 20세 1개월 27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30세이브를 달성했다. 이는 LG 트윈스 고우석이 만 21세 1개월 7일의 나이에 세운 기록을 넘어선 기록이다.

데뷔 첫 타격왕의 자리에 오른 이정후는 만 23세 1개월 25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5년 연속 150안타를 올리며 종전 기록의 주인공인 나성범(당시 만 28세 11개월 8일)을 넘어섰다.

▲사상 최초 리그 중단 사태…한국야구의 민낯
빛나는 기록들이 있었다면 어둠도 존재했다. 올 시즌 한국야구는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를 겪었다.

지난 7월 NC의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가 외부인 2명과 구단이 마련해 준 원정 숙소에서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고 술자리를 벌였고, 그 자리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KBO는 중대한 사안일 시 리그 중단 여부를 실행위원회나 이사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빌어 이사회를 소집해 리그를 중단했다.

확진자가 발생해도 자가격리자를 제외하고 2군 선수단을 콜업해 경기를 치러야한다는 매뉴얼과 일부 구단들의 반대를 모두 묵살한 결정이었다. KBO는 일부 구단 봐주기식이라는 비난 여론을 피하지 못했다.

리그 중단 여파는 시즌 끝까지 이어졌다. 2020 도쿄 올림픽 휴식기까지 겹치며 144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게 됐다. 결국 연장전 폐지와 함께 무리한 더블헤더 일정이 짜여졌다.

이로 인해 방송사들이 KBO에 리그 중단에 따른 손해 배상을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모든 경기가 9회에서 끝나며 끝내기와 같은 극적인 장면이 사라져 재미 또한 반감됐다.

이는 많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한국야구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으로 남게 됐다.

나성범 / 사진=DB


▲'역대급 스토브리그' 기대감 높아지는 2022 시즌
KT의 통합 우승으로 2021시즌이 마감된 후 시작된 스토브리그엔 '광풍'이 불었다. 1000억 원 이상의 돈이 시장에 풀렸기 때문이다.

먼저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 팀은 KIA다. 올 시즌 창단 최초 9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KIA는 감독, 단장, 사장을 모두 교체하며 팀 쇄신에 나섰다.

쇄신의 바람은 과감한 투자로 이어졌다. KIA는 나성범(6년 150억 원), 양현종(4년 103억 원)과 계약하며 253억 원의 돈을 썼다.

LG 또한 아낌없이 돈을 썼다. 박해민(4년 60억 원), 김현수(4+2년 115억 원)와의 계약에 총 175억 원을 지불했다.

나성범을 놓친 NC는 박건우(6년 100억 원), 손아섭(6년 64억 원)을 영입하는 데 164억 원을 썼다. FA를 많이 놓쳐 왔던 두산은 김재환을 잔류시키는 데만 115억 원(4년)을 썼다.

박해민이 LG로 향하자 삼성은 백정현(4년 38억 원), 강민호(4년 36억 원)와 계약하며 74억 원을 지출했다. '우승 팀' KT도 안방마님 장성우(4년 42억 원), 황재균(4년 60억 원)과 계약에 성공했다. 한화는 최재훈을 5년 54억 원에 잡았다.

자유계약(FA)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비 FA 선수에 대한 장기계약도 허용되며 예비 FA에 대한 계약도 이루어졌다.

SSG는 박종훈(5년 65억 원), 문승원(5년 55억 원), 한유섬(5년 60억 원)과 모두 장기계약을 맺으며 KIA 다음으로 많은 돈인 180억 원을 지출했다.

몇 년 만의 뜨거운 스토브리그다. 금액 뿐만 아니라 팀에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선수들의 이적이 줄을 이은 점도 파장을 불러왔다. 역대급 스토브리그가 2022시즌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서은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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