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설강화'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JTBC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정작 설명이 필요한 곳엔 입을 다문 반쪽짜리 입장문이다.
21일 JTBC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먼저 JTBC는 작품 속 주요 모티브부터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설강화'의 극 중 배경은 군부 정권 시절의 대선 정국이다. JTBC는 "이 배경에서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정권과 야합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 주는 창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역사 왜곡 논란의 쟁점인 '민주화 운동 폄훼' 의혹도 부인했다. JTBC는 '설강화'에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남여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지난 1, 2회에도 등장하지 않았고 이후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JTBC는 "역사 왜곡과 민주화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JTBC 해명은 어딘가 부족하다. 역사 왜곡 논란의 핵심들은 빠져 있고 '민주화 운동'에만 초점을 맞췄다.
방송 전 '설강화'는 남파 간첩 수호(정해인)과 여대생 영로(지수)의 로맨스를 다룬다는 시놉시스가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간첩이 주연 배우로 등장하며 본래의 의미가 미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18일 첫 방송된 '설강화'에서는 영로가 데모하다 안기부에게 쫓겨온 수호를 운동권 청년이라 생각하고 그를 돕는 모습이 그려졌다.
JTBC의 설명처럼 '민주화를 주도하는' 간첩은 없다. 하지만 운동권으로 오해받은 간첩과 그와 인연을 맺은 여대생은 존재한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그려지면 간첩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 역사 왜곡 논란의 쟁점 중 하나다.
또한 문제가 되는 설정은 안기부의 등장이다. 실제 방송에서 안기부 팀장 이강무(장승조)는 간첩을 쫓다가 동료를 잃은 인물로 등장한다. 안기부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조작하고, 이들에게 잔인한 고문을 행한 정부기관이다. 억울한 희생자들을 만들어낸 안기부가 '설강화'에서는 간첩으로 피해받은 희생자로 묘사된다. 그러나 JTBC는 이 같은 설정에는 별다른 설명을 전하지 않았다.
'설강화'는 군부 정권의 대선 정국을 배경으로 하되 가상 이야기를 담은 '픽션'이다. 그러나 군부 정권 시대는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던 우리의 아픈 역사다. 아픈 역사를 다루기 위해선 철저한 사실 고증이 필요하다. 전례인 '조선구마사'는 실존하는 인물, 역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돼 폐지 수순을 밟았다.
아직까지 '설강화'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과열되는 분위기 속 드라마를 통해 오해를 풀겠다고 전한 '설강화'가 역사 왜곡이란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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