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추억은 추억으로 남아야 아름답다. SF물 전설로 회자됐어야 할 '매트릭스'가 아름다웠던 기억마저 무너트렸다.
22일 개봉되는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감독 라나 워쇼스키·배급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는 인류를 위해 운명처럼 다시 깨어난 구원자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더 진보된 가상현실에서 기계들과 펼치는 새로운 전쟁을 그린다.
작품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가상현실에 갇힌 네오가 정체성을 되찾고 그가 사랑하는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까지 그곳에서구출하는 이야기가 담긴다.
간단한 서사를 풀어나가는 시간은 147분이다. 이러한 긴 러닝타임은 오히려 독이 됐다. 불필요한 이론들과 설명들은 지루함만 안긴다. 게다가 반복의 연속이다. 네오가 가상현실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가 되풀이돼 설명된다.
적재적소도 갖추지 못했다. 이야기는 장황하게 이어지지만 정작 설명이 필요한 곳에선 설득력이 없다. 네오의 영원한 숙적이었던 스미스(조나단 그로프)와의 동맹, 트리니티에게 부여된 새로운 능력은 갑작스러울 정도다. 이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조차 없다. 과정 없이 결론만 덩그러니 남아 의아함을 안긴다.
주연 배우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어야 했다. 과거 날렵한 액션으로 활약한 이들은 사라졌다. 무려 18년 만에 '매트릭스'로 돌아온 이들의 동작은 무겁기만 하다. 둔탁하고 커다란 효과음이 이를 감추려 하지만 아쉬운 액션들은 가려지지 않았다.
다만 SF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바로 화려한 CG 덕분이다. 새로운 도시인 이오는 광활하고 정교하다. 기계들로 구성된 세계의 서늘함이 현실로 느껴질 정도다. CG라 믿기 힘든 연출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액션을 펼치는 인물도 다양해졌다. 이번 시리즈에 첫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벅스(제시카 헨윅)는 작품 전반에서 활약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여성 캐릭터의 액션이 포착된다.
과거 '매트릭스'는 1999년 처음 등장해 시대를 앞서간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그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시간이 흘러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매트릭스'만이 성장 없이 멈춰져 있다. 장르 혁명이란 호평도 이제는 옛말이다.
이번 작품의 부제 '리저렉션(Resurrections)은' 부활, 부흥이란 뜻이다. 길었던 휴식을 멈추고 SF물의 부활을 알리겠다는 의미다. 포부는 좋았지만 결과물은 거대한 포부를 쫓지 못했다. 부활하지 말았어야 할 '매트릭스: 리저렉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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