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설강화'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전부터 삐걱거리더니 방영 후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폐지 요구 등 국민청원 동의가 20만 명이 넘어갔고 협찬, 광고사까지 잇따른 손절을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snowdrop'(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는 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성 영로(지수)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해당 작품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스카이캐슬' 제작팀과 함께하며 배우 정해인, 박성웅, 허준호 등 베테랑 배우들의 합류한다는 소식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설강화'는 방영 전부터 시놉시스 유출로 인해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극 중 운동권 학생으로 위장한 남파 간첩 임수호(정해인)와 은영로(지수)의 사랑이야기라는 콘셉트 자체가 간첩을 미화했다는 지적. 뿐만 아니라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쏟아지며 도마에 올랐다.
이에 조현탁 감독은 제작발표회를 통해 작품이 가상 창작물임을 강조하면서 "시대적 배경은 배경일뿐이고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했다. 방송으로 확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설강화'가 공개되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작품을 접한 시청자들은 남파공작원 임수호와 여대생 은영로의 사랑 이야기라는 콘셉트를 직접 확인하고 '간첩이랑 사랑에 빠지는 얘기가 맞네'라며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안기부와 임수호 간 추격전에서 흘러나온 노래 '솔아 솔아 푸른 솔 아'를 두고 '남파 공작원이 도망치는 과정에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나오는 건 무슨 상황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 남파공작원이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다는 얘기들은 극우 세력에서 흘러나오는 설들인 만큼 정치적 문제로까지 번졌다. 결국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설강화 방영중지 청원'이 등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안기부 캐릭터가 간첩인 남자 주인공을 쫓을 때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다.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당시 사용된 노래다.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설강화'가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 각국에서 소비되는 것을 언급 "다수의 외국인에게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송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청원은 등장 하루만인 20일 기준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으며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설강화' 협찬사 리스트도 공개됐고 불똥은 광고사와 협찬사까지 튀었다.
이에 광고사와 협찬사는 '설강화'와 빠르게 손절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협찬사 중 하나인 떡 브랜드 A사는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드라마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역사왜곡이 도리 수도 있는 드라마 제작에 제품 협찬한 점 정말 죄송하다"며 "협찬 철회를 요청한 상태"라고 알렸다.
기능성 차 브랜드 B 사 역시 SNS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해 통감하며 해당 시간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B 사는 관련 드라마 제작과 일절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 2회 만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사태는 지난 3월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전격 중단됐던 SBS '조선구마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설강화'도 폐지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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