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설강화'가 웅장한 스케일의 연출, 독보적 존재감을 뽐내는 등장 인물들의 호연에 흥미로운 전개로 이목을 끌었으나 여주인공 지수의 어색한 연기로 아쉬움을 남겼다.
18일 JTBC 주말드라마 '설강화:SNOWDROP'(이하 설강화, 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첫 방송이 진행돼 임수호(정해인)와 은영로(지수)의 인연이 시작됐다.
'설강화'는 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이날 방송에서 호수 여대 기숙사 207호에서 생활하고 있는 은영로, 고혜령(정신혜), 윤설희(최희진) 그리고 기숙사 전화교환원 계분 옥(김혜윤)이 4:4 미팅에 나섰다. 상대는 행시 1차 합격생이라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오광태(허남준)와 친구들. 그 안에는 베를린대학교 경제학과 대학원생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남파공작원인 임수호(정해인)가 우연히 합류하게 됐다.
은영로와 임수호는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 미묘한 감정을 느꼈지만 파트너 선택에서 인연이 어긋났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자의 데이트를 일찍 끝낸 은영로와 임수호는 레코드 가게에서 우연히 재회했다. 임수호는 은영로에게 음악 테이프를 선물했지만 남파공작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던 임수호는 재빨리 자리를 떠야 했다.
하지만 은영로는 임수호를 따라가 다음날 다시 만나자고 수줍게 말한 뒤 기숙사로 돌아갔다. 은영로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음날 약속 자리에 나갔지만 임수호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렇게 둘의 인연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6개월 이후 어느 날, 안기부 대공수사 1국 팀장 이강무(장승조)는 동료를 잔인하게 죽인 남파공작원 '대동강 1호'를 뒤쫓기 시작했고 그가 임수호라고 확신하고 뒤쫓았다. 자신이 쫓기고 있음을 느낀 임수호는 복잡한 인파 속에서 도주를 시도했으나 빠른 속도로 뒤를 쫓는 이강무의 공격에 위기를 직면했다. 결국 총을 맞고 겨우 겨우 몸을 숨긴 곳은 관리가 삼엄한 호수 여대 기숙사. 임수호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207호에서 의식을 잃었고 그렇게 6개월 만에 은영로와 임수호의 재회가 이뤄졌다.
방송 말미 다음 회차에서는 호수 여대에 숨어든 임수호를 잡기 위한 이강무와 그의 목숨을 살리고자 숨기는 207호 여대생들의 모습이 그려져 긴장감을 더했다.
'설강화'는 첫 방송 전부터 역사적으로 예민한 때인 1980년 대 군부 정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첫 방송 전부터 잡음이 많은 '설강화'였지만 제작발표회에서 조현탁 감독은 "역사적 배경은 배경일뿐 '설강화'는 그런 상황 속 애절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중점이 맞춰진 드라마"라고 해명했다.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첫 방송에서 임수호와 은영로 두 남녀의 인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분위기를 바꾸는 듯 했다. 우선은 설렘을 자아내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웅장한 연출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설강화'는 그 시대 분위기가 돋보이는 음악, 소품, 의상, 배경들로 몰입감을 높였다.
화려한 연출 속 등장한 배테랑 배우들의 등장도 볼거리였다. 안기부 부장 남태일 역의 박성웅, 그와 세력 싸움을 하는 은창수(허준호) 그리고 이들의 부인 조성심 역의 정혜영, 홍애라 역의 김정난, 그리고 호수 여대 기숙사 사감 피승희 역의 윤세아 등은 압도적인 아우라를 뽐내며 극에 흥미를 더했다.
안정적인 연출, 존재감 넘치는 배우들의 호연,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으나 여주인공 은영로(지수)의 부족한 연기력이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막 첫 연기에 도전한 그룹 블랙핑크 지수가 배테랑 배우들 속에서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방송 전부터 우려의 시선을 받았고 이는 결국 현실이 된 것.
지수가 여주인공으로서 상대해야 하는 상대 배우 정해인과의 연기 깊이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정해인과의 호흡에서만 지수의 부족한 연기력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었다. 이날 가장 긴 연기 호흡을 보여준 207호 여대생들과의 모습에서도 지수의 어색한 연기가 타 배우들과의 연기 깊이 차이를 보이며 불협화음을 유발했다. 통통 튀며 무언가 미스터리한 부분을 갖고 있는 기숙사 전화교환원 역의 김혜윤, 정신혜, 최희진 등은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데 반해 지수는 어색한 표정 연기와 말투로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대 반복해서 찬물을 끼얹었다.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 화려한 연출, 등장 배우들의 남다른 존재감이 돋보이는 귀한 작품에 굳이 연기력이 부족한 지수를 여주인공으로 꼭 세워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편 '설강화'는 OTT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만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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