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대놓고 '덕후'를 양산하겠다는 포부답게 섬찟한 비주얼의 한국형 귀물들을 앞세웠다. '불가살'은 국내 크리처물의 새로운 파란을 예고했다.
18일 tvN 새 주말드라마 '불가살'(극본 권소라·연출 장영우)이 첫 방송됐다. '불가살'은 죽일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불가살(不可殺)이 된 남자가 600년 동안 환생을 반복하는 한 여자를 쫓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날 태어남과 동시에 불가살의 저주를 받았다고 여겨진 아이(이주원)는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에겐 버림받았다. 유일하게 아이를 위해 나섰던 의문의 여인(권나라)은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외톨이가 된 아이에겐 단극(정진영) 장군이 나타나 "네 이름은 이제부터 활이다. 내가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무녀(박명신)는 "후회할 것이다. 아이의 업보에 휘말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극의 보호 아래 장성한 단활(이진욱)은 조선의 귀물을 휩쓸고 다녔다. 또한 단극의 딸 단솔(공승연)과 혼인했지만 불가살의 저주로 첫째 아들은 눈이 멀고, 둘째는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단활은 저주를 풀고자 불가살의 땅이자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다시 한번 여인과 재회했다. 그제야 단활은 여인이 불가살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날 저녁 단활의 가족과 병사들이 묵는 처소가 습격당했다. 이로 인해 아들과 아내마저 잃은 단활은 누군가의 칼에 찔렸다. 괴한의 정체는 여인이었다. 여인은 자신의 불가살 운명을 단활에게 넘겼다.
한국형 귀물을 관전 포인트로 꼽았던 '불가살'답게 첫 회에선 조마구, 두억시니, 각성한 불가살 등이 등장했다. 어설픈 CG가 아닌 생동감 넘치는 귀물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단숨에 몰입시켰다. 또한 괴생명체의 외형을 보여준 서양의 크리처와 다르게 '불가살' 속 귀물들은 인간의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또한 초반부 그려진 설원부터 푸른 초원 등의 장소적 배경에선 영상미가 느껴졌다. 홀로 산속에 버려진 아이가 떠돌아다니는 설원은 쓸쓸함을 배가시켰고, 단활과 여인이 만나는 광활한 초원은 신비감을 더했다.
베일에 싸인 단활과 불가살의 관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고조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홀연히 등장한 여인의 존재부터 무녀가 연신 강조하는 불가살의 저주까지 향후 전개에서 풀어나갈 요소들을 제기했다. 동시에 핵심 전개인 여인의 존재와 단활의 관계는 극 후반부에 공개되며 갈등의 서막을 알렸다.
앞서 '불가살'은 김은숙 작가의 작품 '도깨비'와 유사점이 제기됐다. 600년간 죽지 않는 불가살과 '도깨비' 속 불멸의 삶을 사는 김신이 비슷한 결을 가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불가살'은 귀물들의 존재에 집중했고, 신부를 찾는다는 '도깨비'와 달리 살벌한 복수극을 예고했다.
여기에 소위 '혐관(혐오 관계)'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케미'가 더해졌다. 배우 이진욱은 전체적으로 묵직한 사극톤을 보여줬다. 상대 배우 공승연은 원치 않는 혼인과 저주받은 자식들을 가진 어머니로서 처절한 모성애 연기를 보여주며 이진욱과 갈등을 그렸다. 이진욱과 공승연은 비운의 운명을 타고난 극 중 인물들의 좌절감과 서로를 향한 원망을 표현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묘령의 여인으로 첫 등장한 권나라는 대사 한 마디 없이 눈빛과 표정 연기만으로 묘한 존재감을 뽐냈다. 극 말미 불가살과 인간을 오가는 감정 연기를 보여준 권나라는 기존 작품에서 보여줬던 발랄한 이미지와 또 다른 무게감을 보여줬다.
이제 막 포문을 연 '불가살'은 각 캐릭터들의 기구한 관계의 서막을 알렸다. 오로지 복수를 위해 600년을 살아온 이와, 이러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끊을 존재는 어떤 모습을 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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