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태일이'가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부당한 노동환경을 세상을 알리려 했던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가 공감을 모으며 관객들에게 울림을 안겼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태일이'(감독 홍준표·제작 명필름)는 하루 동안 901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수 10만4802명을 기록했다.
1일 개봉된 '태일이'는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스스로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결심한 스물두 살 청년 태일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1970년 열악했던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순국한 전태일 열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박스오피스 성적은 괄목할 만하다. 125개의 적은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10만 관객 돌파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또한 개봉 시기가 맞물린 '연애 빠진 로맨스' '유체이탈자' 등 쟁쟁한 한국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태일이'가 이처럼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평범한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먼저 '태일이'는 '열사 전태일'이 아닌 '청년 전태일'에 초점을 맞췄다. 이와 관련해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스포츠투데이에 "대부분 전태일을 열사의 이미지로 기억하거나 교과서 속에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태일이'에서는 인간적이고 평범한 청년의 모습으로 나온다. 그분의 삶을 이해하기 쉽게, 또 편안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간적인 전태일의 모습은 관객들의 공감을 모았다. 심 대표는 "사실 전태일의 분신이라는 선택을 관객들에게 설득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시나리오 작업이 어려웠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며 "그러나 평범하고 따뜻하고 다정했던 청년이 부당했던 노동현실에 눈을 뜨고, 행동하고, 실천을 한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선택을 이해했다는 관객 반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 고증으로 현실감도 높였다. 심재명 대표는 "전태일의 수기와 일기, 또 최호철 만화가의 원작을 토대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전태일이 실제 썼던 말과 글 등이 작품에서 그대로 재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의 가족, 그와 함께 일한 여공, 친구들도 등장한다. 작품에 사실을 많이 반영하려 했다"며 "영화다 보니 만들어진 캐릭터도 있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창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 또한 명확하다. 심 대표는 "'태일이'에서 전태일이 노동자들에게 '내가 우리고, 우리가 나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게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이러한 '연대의 소중함'이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태일이'는 공감, 현실감, 영화적 메시지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춘 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전태일 열사 이야기를 조명하며 연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한 '태일이'의 여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태일이'는 지속적인 요청에 힘입어 20일부터 공동체 상영(비극장 상영)과 극장 단체 관람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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