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올 한 해 극장가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그늘 아래 있다. 지난해보다 관객수는 늘어났으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성적을 회복하지 못했다. 다만 극장가에 한 줄기 빛 같은 작품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 암울한 2021년 총 관객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1년은 1월 총 관객수 178만6117명, 2월 311만1920명, 3월 325만6510명, 4월 256만2287명, 5월 437만9485명, 6월 492만7991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대폭 하락한 수치다. 당해 상반기 최저 성적은 1333만8962명을 기록한 4월이었으며 상반기 최고 성적은 6월, 총 2284만5579명이었다.
하반기 총 관객수도 줄었다. 올해 6월 관객수는 697만6452명, 8월 791만71명, 9월 541만2323명, 10월 519만2141명, 11월 651만1824명이다. 12월을 제외하면 총 3200만2811명이다.
2019년 하반기 최고 기록인 7월 총 관객수 2478만 6121명, 최저 기록인 9월 1473만3642명과 비교하면 처참한 성적이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극장가에는 미약한 훈풍이 돌았다.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합한 총 관객수는 4124만1525만명이었으며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관객수는 5202만7121명이었다.
◆ 외화 속 꿈틀댄 '모가디슈'·'싱크홀'·'미나리'
침체된 스코어 속에서 한국영화의 입지도 좁아졌다. 올 한해 연간 박스오피스 10위에는 '이터널스' '블랙위도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소울' '크루엘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까지 8편의 외화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총 8편의 한국영화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 '히트맨' '백두산' '#살아있다' '강철비2: 정상회담', 2편의 외화 '테넷' '닥터 두리틀'이 랭크된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올해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작품은 각각 연간 박스오피스 1위, 5위에 오른 '모가디슈'와 '싱크홀'이다.
'모가디슈'는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에서 생존을 위한 필사의 사투를 펼치는 이들의 이야기른 그린 영화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중이었던 7월에 개봉해 36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인 350만 명을 뛰어넘은 기록이다.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도 기세를 떨쳤다. '모가디슈'는 10월 개최된 제30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조연상, 올해의 스타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까지 6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달 26일 열린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최다관객상, 남우조연상, 미술상을 휩쓸며 5관왕을 차지했다.
'싱크홀'도 손익분기점인 180만 명을 가볍게 넘겼다.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버스터인 '싱크홀'은 217만 관객을 기록했다. 특히 8월에 개봉된 '싱크홀'은 여름과 어울리는 시원한 블록버스터를 그려 관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해외에 한국영화의 명성을 떨친 작품도 있다. 바로 3월 개봉된 '미나리'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배우 윤여정은 지난 4월 26일(한국시간)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윤여정은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해 미들버그, 하트랜드, 덴버 영화제 등에서 42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상에 힘입어 '미나리'는 역주행 신화를 써내려가기도 했다. 3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물러났던 '미나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날인 27일 박스오피스 2위로 상승했다. 이후 관객수까지 증가하며 개봉 두 달만에 100만 관객 돌파, 최종 스코어 113만을 기록했다.
승리호 낙원의 밤 서복 제8일의 밤 / 사진=각 영화 포스터
◆ OTT로 쏠렸지만…기대 못 미친 한국영화
한국영화들이 극장가 훈풍을 일으켰다 해도 그 수는 현저히 적다. 많은 한국 영화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극장이 아닌 OTT로 노선을 틀었기 때문. 그러나 OTT 성적은 기대를 미치지 못했다.
먼저 제작비 240억 원이 투입된 '승리호'는 지난 2월 약 310억 원의 판권을 지불한 넷플리스를 통해 공개됐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흥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공개 직후 한국을 비롯해 26개국에서 넷플릭스 톱10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이러한 성적은 6일로 그쳤다. 짧은 성공만을 맛본 '승리호'다.
'승리호'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OTT행을 택했다. 지난 4월에는 '신세계' 'VIP' '마녀'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이 넷플릭를 통해 공개됐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코로나19로 개봉이 미뤄지던 '서복'도 4월 티빙과 극장에 동시 공개됐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서복을 누리는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다.
7월에는 넷플릭스 영화 '제 8일의 밤'이 베일을 벗었다. 인간을 괴롭히기 위해 지옥문을 열려고 했던 요괴를 '붉은 눈'과 '검은 눈'으로 나눠 봉인했다는 부처의 이야기를 오컬트적인 요소로 제작한 작품이다.
그러나 세 작품 모두 성적은 미미했다. 공개 직후 잠시 관심을 모으는 듯했으나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과 반응은 모으지 못했다. 특히 극장에서 동시 개봉된 '서복'은 관객수 38만 명에 머물러야 했다.
이처럼 올 한 해는 소수의 한국 작품만이 영화계를 이끌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무게가 더해진 영화계는 여전히 침체되고 메말라 있다. 희망을 걸어볼 것은 '모가디슈' '싱크홀' '미나리'와 같은 작품들의 등장이다. 오는 2022년, 척박해진 영화계에 비를 뿌리고 훈풍을 일으킬 작품들이 등장해 극장가와 OTT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