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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마지막이어도 좋을 [인터뷰]
작성 : 2021년 11월 30일(화) 10:00

자우림 / 사진=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새 앨범이 나올 때는 전작보다 좋아야 하잖아요. 저희는 원하는 걸 벌써 성취했어요."(자우림)

자우림(이선규, 김윤아, 김진만)이 열한 번째 정규 앨범 '영원한 사랑'으로 돌아왔다. 정규 10집 이후 3년 5개월여 만에 발매하는 정규 앨범이다.

자우림은 '영원한 사랑'에 특별한 메시지를 담지 않았단다. 그저 '지금의 자우림'일뿐이라고. 김윤아는 "아름다운 발라드를 부르시는 뮤지션의 앨범 제목이 '영원한 사랑'이면 진짜 아름다운 음악이 많이 들어갈 것 같다. 자우림의 음악이 '영원한 사랑'이면 수상하지 않나. 곧이곧대로 영원한 사랑은 아니다. 우리는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것, 나를 구원해 줄 수 있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헤맨다. 앨범 전체를 통해서 그걸 찾아헤맨다. 때로는 옆에 있는데 지나치기도 하고, 찾았는데도 모르기도 하고, 영영 못 찾기도 하고, 찾았다 잃어버리기도 하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다룬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번 앨범은 지난해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모두가 절망에 빠진 시기,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로 구성된 앨범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결정이라 판단해 1년이 지난 후 내보내게 됐다.

김윤아는 "자우림이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항상 갈증이 있고 갈등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이 사람은 숲 안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 계속 저희와 살아온 사람이라 이 사람이 2020년을 거치면서 여러분들이 느끼는 것과 똑같은 허무함과 상실감을 겪어왔다. 그게 당연히 곡 속에 녹아 있다"고 전했다.

타이틀곡은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다. 강렬한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내일은 너무 멀어 지금 바로 여기 있어줘 / 내일의 나보다 더 오늘의 내가 외로우니까'라고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지금 함께 해달라며 불안한 감정을 토로한다. 원래 자우림은 앨범에 수록하지 않으려 한 곡이었으나 많은 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타이틀곡으로 낙점됐다.

김진만은 "타이틀곡 고를 때 멤버들은 빠진다. 주위 분들이랑 모니터를 한다. 이번에는 20대 여성분들이 압도적으로 '스테이 위드 미'가 제일 좋다고 했다"고 했고, 김윤아는 "연령이 갈렸다. 20대 여성분들이나 자우림 음악을 안 들은 분들은 '스테이 위드 미'를 골랐다. 코어 팬층도 '저희들은 '페이드 어웨이(FADE AWAY)'가 제일 좋지만 타이틀곡은 '스테이 위드 미''라고 하시더라"라고 털어놨다.

타이틀곡을 포함해 이번 앨범에 수록된 12곡은 하나의 서사로 완성된다. 김윤아는 "앨범을 시작하는 곡이 '페이드 어웨이'다.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그걸로 시작하니 그다음 곡들이 자석이 붙는 것처럼 붙었다. 이야기를 만든 과정은 CD로 들을 때 11, 12번을 듣고 다시 1번으로 돌아오는 배치에 신경 썼다. 11번이 '에우리디케'인데 그리스 신화에서 주제를 얻어왔다. 에우리디케가 죽고 오르페우스가 사랑하는 아내를 찾으러 지옥으로 내려가는데 지상으로 함께 오는 듯했지만 실수로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지 않나. 이 이야기는 죽음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곡이 김진만의 결혼식 축가로 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 손을 맞잡고 같은 길을 걸어갈 거야. 불행은 알고 있지만 우리는 함께 할 거야.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두 사람에게 사랑은 영원이다"라고 설명하며 "곡들을 연결하면서 저희끼리는 굉장히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자우림 / 사진=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 내내 김윤아의 입에서는 '산다는 것'이라는 말이 자주 발음됐다. 김윤아의 집 막내 고양이 뻬옹이를 모티브로 한 4번 트랙 '뻬옹뻬옹(PÉON PÉON)'에도 산다는 것의 의미가 녹아들었다. 그는 "뻬옹이는 선천적으로 신장이 없는 기형으로 태어나서 기대수명이 짧은 애다. 짧건 길건 너무 웃기고 귀엽다. 뻬옹이를 보면서 노래를 만들었는데 '영원한 사랑' 앨범을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들어 있다. '그 누구도 살아있는 동안엔 춤을 추는 것이오'라는 내용을 뻬옹이 입으로 말한다. 살아 있는 동안만 춤을 출 수 있지 않나. 최대한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음악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역시 "살아야 된다는 것"이라고. 그는 "지금을 살아야 그게 음악이 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운이 좋게도 SNS가 있어서 많은 분들을 팔로우하고 글을 읽는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 지금 진짜 인생을 사시는 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먹고, 누구와 만나는지를 지켜보고 얘기를 듣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느낌이다.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김윤아 또한 지난 8집 작업 당시, 뇌신경 마비가 오면서 음악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끝'의 경험을 한 바다. 어느 정도 회복된 후, 음악을 대하는 그의 태도도 바뀌었다. "행여 마지막 앨범이 된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소신이다.

"이번 앨범은 마지막이어도 좋을 앨범이에요. 다음 12집도 그런 목표로 만들 것 같아요. 그게 자우림으로서의 자긍심이죠."(김윤아)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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