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하이브리드 장르'의 대가 김지운 감독이 자신의 내공을 총집합한 작품 'Dr.브레인'으로 돌아왔다.
김지운 감독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만나 애플TV플러스(애플TV+)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과 관련한 모든 것을 밝혔다.
'Dr.브레인'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으로, 가족이 미스터리한 사고의 피해자가 되어 끔찍한 비극을 겪게 되는 천재 뇌과학자 고세원(이선균)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SF 스릴러.
김지운 감독은 "'Dr.브레인' 웹툰을 봤을 때는 소재의 독창성과 그림체가 마음에 들었다. 누아르풍의 음영과 명암을 강조한 그림체가 마음에 들었고, 원작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그대로 영화나 드라마화한다면 좋은 이야기와 결과물을 탄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작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소재와 그림체의 분위기, 뇌를 들여다보는 설정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장, 결핍, 화해, 또 회복의 이야기를 만들면 완성된 서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원작이 질주하는 느낌이었다면 드라마는 좀 더 서사를 넣어서 풍요롭게 깊게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운 감독은 "무엇보다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자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 저는 이번 작품은 미장센, 미술적인 부분을 포기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고 생각했는데 공개된 후에 평가들을 보면 미장센, 미술, 색감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전작들에 비해서 인물들의 방향성이 뚜렷해지고, 감정, 이야기의 전달성이 뚜렷해졌다. 여기에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음악, 미술, 색감, 색채 등이 얹혀지면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결합이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Dr.브레인'은 영화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인랑' 등 굵직한 작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이자 OTT 참여 작품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 첫 연출을 맡으면서 신경을 썼던 점은 1시간 안에 이야기를 완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지운 감독은 "이야기가 끝났을 때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소위 '엔딩 맛집'이 되고 싶었다. 떡밥을 던져주고, 다음 회에 그걸 착실히 수거해야 해서 더 계획적인 작업이 필요했다. 영화가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건 아니고, (드라마에는) 뭔가 더 정확한 공식 같은 게 있다. 그걸 잘할수록 드라마는 더 빛이 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흥미를 끌고, 다음 회를 기대할 만한 요소를 만들어 주고 그걸 정확하게 풀어준다는 게 매력이다. 그러면서 서사 전체의 완결성도 유지해야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인지 '떡밥'을 잘 수거했다는 평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그는 "에피소드 한 편의 서사를 완성 지으면서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플랜을 짜는 게 재밌고 신선했다. '떡밥'을 던지고 잘 수거했다는 평을 듣고 싶었는데 보신 분들이 그런 평을 써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지운 감독이 가장 신경을 쓴 장면은 다른 사람의 뇌를 통해서 들여다본 기억의 형태였다. 그는 "뇌에서 뇌로 들어가는 프로세스를 어떻게 이미지로 표현할까 고민했다. 뇌의 신경세포가 촘촘하게 연결돼있고, 이 과정이 마치 웜홀이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아닐까 상상했다. 뇌에는 우주 같은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형태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생각한 만큼의 이미지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그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신 사운드로 불분명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비주얼을 사운드로 보완하고 충족시켰다. 사운드 작업에 많은 신경을 썼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김지운 감독은 뇌과학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연출하는 데 있어서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사람의 뇌, 기억을 들여다보는 게 가능한지가 궁금했다. 이게 가능해야 출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님의 자문을 받았는데 이론상으로 가능하고 어느 정도 증명된 바 있다는 걸 듣고 흥미롭게 전개시켜도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뇌 과학 서적들을 보면서 이야기의 근거를 찾게 됐고, 또 흥미로운 지점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김지운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Dr.브레인'을 '비빔밥 장르'라고 표현했다. 그는 "매회 다른 장르를 맛볼 수 있는 것도 특이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제가 영화를 하면서 여러 장르를 섭렵했는데 그런 게 이번 'Dr.브레인'을 통해서 그걸 구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서로 다른 장르를 서로 스며들게 하는 건 저의 연출관이기도 하고, 제가 잘하는 것 중 하나다. 저는 이걸 '비빔밥 장르'라고 하는데 상이한 여러 장르가 다 비벼졌을 때 독창적인 하나의 맛을 낸다"며 "더 들어간 재료로 인해 맛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장르를 섞으면서도 이질적이지 않게, 또 그러면서 일관성 있게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작품을 거듭하면서 전보다는 더 유연해졌고 스스로도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드라마를 작업하면서 자신의 결핍을 들여다봤다는 김지운 감독은 다시 스크린으로 향한다. 차기작으로 영화를 선보일 계획. 그는 "다시 영화를 할 수 있게 돼서 기분이 좋고, 드라마를 하면서 드라마의 재밌는 지점도 발견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영화와 드라마를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를 하면 빠른 판단과 결정,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다. 스토리와 인물의 동선을 근거리에서 생각하게 된 것이 이 작품을 통해서 획득한 가장 큰 가르침이다. 'Dr.브레인'이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Dr.브레인'은 총 6편의 에피소드로, 11월 4일 첫 에피소드가 공개된 이후 매주 한 편의 에피소드가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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