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작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6차전에서 이라크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4승2무(승점 14)를 기록, 3위 아랍에미리트(UAE, 1승3무2패, 승점 6)와의 승점 차를 8점으로 벌렸다. 이 기세대로라면 월드컵 본선 진출 조기 확정이 기대되는 페이스다.
한국은 경기 초반 이라크의 밀집수비에 고전했지만, 전반 33분 이재성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29분 손흥민의 페널티킥 골, 34분 정우영의 쐐기골을 보태며 3골차 대승을 거뒀다. 특히 정우영은 A매치 3경기 만에 데뷔골의 감격을 누렸다.
정우영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재목 중 하나로 꼽힌다. 어린 나이에 바이에른 뮌헨과 계약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고, 현재는 프라이부르크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다만 태극마크를 달고는 좋은 추억보다 아픈 기억이 많았다. 올림픽대표팀에서는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2020 도쿄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지난 3월 한일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지만, 팀은 0-3 대패를 당했다. 9월에는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10월에는 권창훈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됐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11월 UAE전에서는 교체 출전했지만 경고 1장만 받았다.
그러나 이라크전은 달랐다. 이날 교체명단에 포함된 정우영은 후반 20분 이재성을 투입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A매치 3번째 경기에 나선 정우영은 처음엔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의 페널티킥 찬스에서 슈팅보다 먼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뛰어 들어 손흥민이 다시 페널티킥을 차야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다행히 손흥민이 두 번째 페널티킥 역시 성공시켰지만, 만약 실패했다면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정우영은 빠르게 긴장을 털어냈다. 2-0으로 앞선 후반 34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신고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정우영의 앞에는 이라크 수비진이 밀집해 있었지만, 정우영은 골대 구석에 정확히 꽂히는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한국은 정우영의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
현재 대표팀에는 2명의 정우영이 있다. '큰 정우영'으로 불리는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과 2선 공격수 작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다. 그동안 벤투호에서 주축으로 활약한 선수는 큰 정우영이었고, 작은 정우영의 활약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정우영은 이 경기를 통해 자신도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벤투 감독 앞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정우영이 앞으로 대표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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