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골프계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골프용품 업계가 물류대란에 직면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골프용품 가격 폭등이 불가피하고, 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골프계만은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을 찾은 내장객은 무려 4673만 명으로 집계됐고, 올해는 그보다 더 많은 골퍼들이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골프용품 업계도 호황을 맞았다. 골프 클럽과 공, 의류 등 다양한 용품이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특히 MZ 세대가 골프로 유입되면서, 이에 발맞춰 신제품과 새로운 브랜드가 연이어 출시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충격파가 서서히 골프용품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자재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또한 원자재를 확보하더라도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인해 원활한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요가 늘고 있는데, 제품 생산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시중에는 유명 브랜드 클럽류와 골프공의 재고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메이저 골프용품 업체들은 내년 출시 제품들의 가격을 인상해 대리점에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마저도 공급날짜는 미정인 경우가 많다. 이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는 골프용품 품귀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가장 상황이 시급한 것은 골프 클럽 업체들이다. 클럽 생산을 위해서는 철이나 티타늄과 같은 원자재들이 필요하지만, 전세계적인 수요 증가로 인해 원자재 확보도 쉽지 않다. 신규 생산은 지연되고 있으며, 커스텀 제작은 사실상 중단했다.
A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샤프트 부족 현상이 생겼다. 결국 재고가 부족해져 생산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9월에 주문한 것이 지금에서야 나오고 있다. 주문이 많이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입고가) 생각보다도 더 딜레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B사 역시 "자재가 수급되지 않아 곧 작업이 중단될 것이고, 커스텀 오더는 이미 마감했다"면서 "샤프트나 자재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수급이 원활치 않으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이미 골퍼들은 골프장 수요의 폭증으로 인한 그린피, 카트비 등의 폭등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용품 가격까지 인상된다면 골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골프계 관계자는 "골프의 대중화로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급격한 비용 증가로 인해 골프가 다시 '그들만의 스포츠'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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