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어른들의 농익은 멜로가 왔다. 사랑뿐 아니라 나의 가치관, 그리고 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어른들이다.
12일 밤 SBS 새 금토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극본 제인·연출 이길복, 이하 '지헤중')가 첫 방송됐다. '지헤중'은 이별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 달고 짜고 맵고 시고 쓴 이별 액추얼리다.
이날 방송은 하영은(송혜교)과 윤재국(장기용)의 일과 연애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시작됐다. 하영은은 국내 최고 패션 회사의 디자인 팀장이다. 그는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처리하면서 친구이자 상사인 황치숙(최희서)의 컨디션까지 관리한다. 하영은의 연애 원칙은 깊게 얽히지 않는 것. 그는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면서도 연애는 하지 않는다.
윤재국은 비혼주의자다. 그는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고, 자유와 독립을 갈망한다. 포토그래퍼인 윤재국은 자신의 일을 할 때 역시 독립적이고 프로페셔널하다.
황치숙 대신 나간 소개팅에서 윤재국을 만난 하영은은 그에게 "다시 만날 일 없다"고 거절하면서도 갑작스럽게 포토그래퍼가 필요해 즉석에서 섭외했다. 하영은은 엄청난 결과물을 만드는 윤재국에 놀라기도 했다.
반전은 윤재국과 하영은이 이미 패션위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것.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를 모른 척했다. 윤재국은 하영은의 실제 이름까지 알고 있다고 밝히고 "서울에서 보자"고 여운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지헤중'은 한국판 '섹스 엔 더 시티'다.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일과 사랑, 그리고 우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패션을 소재로 삼고 있는 만큼 출연자들의 화려한 스타일링이 눈길을 끌고, 그야말로 화면을 다채롭게 만든다.
각기 다른 연애 스타일도 관전 포인트다. 하영은은 하룻밤은 보내도 다음날이면 가차 없이 떠나는 인물, 윤재국은 자유와 독립성을 갈망하면서 끌리는 이성에게 직진한다. 황치숙은 늘 사랑을 갈망한다. 석도훈(김주헌)은 운명의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청춘들의 풋풋한 사랑이 아닌, 3~40대의 농익은 멜로다. 이미 수많은 연애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연애관이 확립되고, 나아가 결혼에 대한 생각도 현실적으로 하고 있는 '어른'들의 이야기다.
1~20대의 연애는 사랑이 비교적 우선순위를 차지했다면, '어른'들의 연애에서는 꼭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다. 일과 사랑 중 사랑이 차지하는 비율이 꼭 크지 않을 수 있는 것. 하영은은 연애보다 일에 몰두하고, 윤재국이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지헤중'은 정통 멜로 장르다. 이런 정통 멜로에서 사랑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것이 흥미롭다. 심지어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미건조해 보이기까지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다른 이들이 녹아들고, 감정의 무게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건조한 이들이 어떻게 바뀔지 지켜볼 만하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멜로 퀸' 송혜교가 있다. 송혜교는 그간 다수의 멜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우다. 송혜교는 역시 송혜교였다. 자연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로 극 전체를 이끈다. 제 몸에 꼭 맞은 '멜로'라는 옷을 입고 편안하게 감정을 전달한다.
장기용과의 '케미'도 매력적이다. 비주얼 '케미'는 물론, 연기 호흡도 좋다. 이미 여러 번 호흡을 맞춰본 배우들처럼 '티키타카'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연하남 캐릭터를 보여준 장기용이 이번엔 또 다른 연하남의 옷을 입었다. 더 성숙하고 무르익은 연하남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연출도 더해졌다. 화면의 구도, 색채, 조명 등 이길복 감독의 고뇌가 엿보인다. 특히 계단을 올라가는 하영은을 뒤따라가는 윤재복의 모습을 풀샷으로 잡은 장면은 묘한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이처럼 '지헤중'은 이제 막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연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제목처럼 이별에 이르기까지 남녀의 각기 다른 감정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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