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약 2년 만에 수만 명의 팬들과 만났다. 팬들은 추위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대표팀을 응원했고, 벤투호는 승리로 보답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 UAE와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3승2무(승점 11)를 기록하며 최종예선의 반환점을 돌았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이날 경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관중을 100% 수용하는 A매치로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19년 12월 18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한일전(2만9252명) 이후 처음이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에서 A매치가 열리지 않았다. 대신 10월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이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지만 1차전은 무관중으로 진행됐고, 2차전에서는 3000명의 관중만을 수용했다.
올해에는 6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월드컵 2차 예선 3경기가 펼쳐졌지만, 모두 경기장 수용 인원의 10%만 수용했다. 9월 월드컵 최종예선 이라크, 레바논전과 10월 시리아전은 모두 무관중으로 개최됐다.
모처럼 관중을 100% 수용하는 홈경기였지만 추운 날씨로 인해 많은 팬들이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날 고양종합운동장에는 무려 3만152명의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모든 스포츠 경기 중 최다 관중 기록이다.
팬들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모여 앉아 선수들을 기다렸다. 선수들이 워밍업을 하기 위해 입장했을 때는 환호성이 나오기도 했다. 선수들도 일렬로 서 팬들을 향해 인사를 전했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마스크 착용, 육성 응원 금지, 지정 좌석 착석을 지켜달라는 안내가 나왔다. 하지만 반가움을 표출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팬들도 있었고, 중요한 장면이 연출될 때는 환호성이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최대한 방역수칙을 지키며 응원을 펼쳤다. 클래퍼와 박수로 큰 소리를 냈고, 핸드폰의 플래시를 통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한국의 1-0 승리로 끝났다. 전반 36분 황희찬의 페널티킥 골이 결승골이 됐다. 손흥민은 골대를 2번이나 맞췄고, 조규성도 한 차례 골대를 맞췄다. 더 많은 골이 터지지 않은 것이 아쉬운 경기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팬들에게 승리라는 결과를 선물했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벤투호와 붉은 악마는 기다림만큼이나 소중하고 즐거운 추억을 쌓은 채 UAE전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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