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과 첫 대화에서 이렇게 묻는다.
"수학 좋아하세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수학이라는 매개체로 연결되는 셈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두 주인공에게 흐름을 내맡기면 될 듯하다. '수포자(수학 포기자)'도 가슴 뛰게 만들 드라마 '멜랑꼴리아'다.
10일 tvN 새 수목드라마 '멜랑꼴리아'(극본 김지운·연출 김상협)가 첫 방송됐다. '멜랑꼴리아'는 특혜 비리의 온상인 한 사립고를 배경으로, 수학 천재와 교사의 통념과 편견을 뛰어넘는, 수학보다 아름다운 이야기.
이날 방송에서는 아성고에 부임한 수학 교사 지윤수(임수정)와 수학 천재 백승유(이도현)의 해프닝으로 시작된 우연한 첫 만남과 운명 같은 재회를 그렸다.
두 사람은 기차 안에서 만나 우연히 가방이 뒤바뀌게 되고, 같은 학교의 교사,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가방을 바꿀 때까지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다만, 지윤수는 백승유가 입고 있던 모자와 옷에 '1729'라는 숫자를 보고 "수학 좋아하세요?"라고 물었지만, 백승유는 딱 잘라 아니라고 말했다.
아성고에서는 지윤수가 수학 동아리 '칼룰루스'를 신설했고, 선발 테스트 문제를 아무도 맞추지 못한 가운데 정체를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문제의 핵심인 '전제 오류'를 정확히 짚어냈다.
해당 학생을 찾고 싶었던 지윤수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인용해 허세라며 자극했고, 백승유는 정답은 완벽하게 풀어냈다. 지윤수는 정답을 맞힌 학생이 백승유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를 찾아내며 첫 방송이 마무리됐다.
수학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리는 '멜랑꼴리아'는 역시 수학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수학과 관련한 단어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릴 수는 있지만, 풀이 과정이나 증명 과정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저 그 수학이 가진 학문적인 의미에 집중하고, 그게 수학 교사, 수학 천재인 두 주인공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멜랑꼴리아'는 질질 끌지 않는 매력이 있다. 백승유가 수학 천재라는 사실을 뺑소니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단번에 기억하고, 큐브를 단 1초만에 맞춰내는 짧은 장면으로 완벽하게 설명해냈다. 잔가지는 쳐내고 빠르게 흘러가는 전개를 보여줬다.
여기에 배우 임수정과 이도현의 연기는 몰입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임수정은 부드럽지만 단단한 수학 교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이도현 또한 특유의 안정적인 눈빛과 연기로, 상처가 있는 과거를 품은 베일에 싸인 인물을 자신의 색깔로 풀어냈다.
앞서 이상협 감독의 말처럼 두 사람의 '케미' 또한 압도적이었다. 사제 간의 로맨스를 다루는 '멜랑꼴리아'가 임수정, 이도현의 연기로 한층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개와 캐릭터가 전형적이라는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가운데, '멜랑꼴리아'가 앞으로의 전개에서 이 아쉬움을 매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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