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홍광호의, 홍광호에 의한, 홍광호를 위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였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베스트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을 각색한 작품 '지킬 앤 하이드'는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누적 공연 횟수 1410회, 국내 20개 도시 투어, 누적 관람객 수 150만 명을 동원한 스테디셀러다.
익히 알려져있듯 '지킬 앤 하이드'는 '선과 악'으로 분리되는 지킬과 하이드의 내면 대립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을 다룬다. 사람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한 지킬 박사가 스스로 실험대상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 흘러나오는 넘버,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하다.
'잘 아는' 넘버라는 점은 홍광호의 명연기와 어우러지며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노래 첫 소절부터 돋아오는 반가움의 소름은 지킬이 순식간에 하이드로 변하며 전율로 진화한다.
특히나 자신에게 치료제를 투약한 후 마약에 취한 듯 헤롱헤롱 거리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주던 지킬이 180도 다른 야성의 짐승이 돼 보는 이들에게 폭발적인 충격을 선사한다. 극 초반, 답답할 정도로 억눌린 것처럼 보이던 지킬 박사의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을 뒤집는 한 방인 셈.
홍광호 역시 조곤조곤한 지킬과 짐승을 방불케하는 하이드, 두 가지 상반된 연기로 1인 2역의 효과를 한층 살린다. 특히 하이드 연기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홍광호는 표정은 물론이고 숨소리로도 '짐승' 하이드를 구현해낸다. 허리를 꺾어가며 표현하는 하이드의 광기는 물론이고, 순간순간 지킬과 하이드로 바뀌는 홍광호의 두 얼굴은 가히 압권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하이드 변신으로 이어지는 해당 시퀀스는 1부 중후반부임에도 불구, 단연 '클라이막스' 급의 감동을 선사한다.
다만 그 임팩트가 워낙 큰 탓에 뒤에 이어지는 무대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 극의 핵심이 너무 일찍 터진 격이다. 이를 뛰어넘는 무대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일말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킬 앤 하이드 아이비 /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더하여 여배우들의 열연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아이비의 교태로운 자태는 언제나 유혹적이다. 민경아의 목소리는 아이비와는 또다른 고운 맛을 낸다. 다만 홍광호의 임팩트가 너무 셌을 뿐. 2022년 5월 8일까지 샤롯데시어터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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