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마블의 새로운 세계관, '이터널스'는 담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다. 거대한 밑그림을 그린 '이터널스'는 다채로움을 얻었으나 속도감을 잃었다.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제작 마블스튜디오)는 수 천년에 걸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 '이터널스'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터널스'는 마블 세계관의 밑그림이다. 시간 배경 역시 수천 년을 앞섰다. 기원전 우주에서 날아온 10명 히어로 이터널스는 인간을 위협하는 우주 괴물 데비안츠를 멸종시킨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이터널스는 7000년간 인간과 어울려 산다. 문명의 변화와 '어벤져스'의 탄생까지 모두 지켜본 유일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터널스에게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쳐온다. 재등장한 데비안츠가 이터널스를 습격하면서부터다. 이터널스는 다시 합심해 데비안츠를 무찌르고 그들이 사랑해 온 인간을 지키려 한다.
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터널스'는 닮은 듯 다른 '어벤져스'를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저마다의 능력을 가진 영웅들이 힘을 모아 빌런을 무찌른다는 점이 '어벤져스'와 비슷하지만 '이터널스'의 배경은 조금 더 방대하다. 인간군상도 좀 더 다양하다.
먼저 '이터널스'는 시공간을 넘나든다. 기원전부터 존재한 이터널스는 역사 속에 자취를 남겨왔다. 테나(안젤리나 졸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전쟁의 여신 아테나, 이카리스(리차드 매든)는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다 사망한 이카로스의 기원이 됐다. 이는 작품 속 세계관이 실존하는 듯한 착각을 주는 장치다.
이밖에도 각양각색의 인물이 등장한다. 청각 장애를 지닌 마카리(로런 리들로프), 성인이 되길 꿈꾸는 소녀 스프라이트(리아 맥휴), 동성과 만나 가정을 꾸린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동양인 길가메시(마동석) 등이 그 예다. 이는 서양 남성 중심으로 흘러간 '어벤져스'와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그중 길가메시 역을 맡은 마동석은 K-파워를 제대로 증명한다. 유일하게 맨손으로 악당을 무찌르는가 하면 앙증맞은 의상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웃음을 준다. 영어 연기 역시 흠잡을 곳 없다.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분량 정도다.
다만 인물들의 다양한 서사를 모두 담으려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중간중간 과거로 역행하며 흐름을 방해한다. 친절한 설명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영웅과의 협업에 초점을 두고, 각 인물들의 서사는 속편으로 보여줬던 '어벤져스'와 달리 속도감을 놓쳤다. 러닝타임도 무려 2시간 37분에 달한다.
배경도 서양 중심에서 벗어나려다 허점이 발생했다. 특히 일본 히로시마 원자 폭탄 사건을 다루며 역사 왜곡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히로시마 1945'라는 문구가 삽입된 장면이다. 해당 장면에서 파스토스는 자신 때문에 히로시마 사건이 벌어졌다고 자책한다. 이로 인해 전범국이었던 일본인들을 피해자로 미화시켰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이터널스'는 방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로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다. 그러나 마블의 세계관은 제대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두 편의 쿠키영상에서 이터널스의 또 다른 이야기와 예고되기도 한다. 불멸의 존재, 이터널스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오는 3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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