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이번 대회에 목숨 걸고 칠래요"
통산 2승 기회를 잡은 이승연이 각오를 다졌다.
이승연은 29일 제주도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2/668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4400만 원) 2라운드에서 버디만 7개를 낚으며 7언더파 65타를 쳤다.
전날까지 공동 10위에 머물렀던 이승연은 2라운드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2위 허다빈(7언더파 137타)과는 2타 차.
이승연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적이 부진해서 지난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나가지 못했다. 미리 제주도에 내려와서 핀크스에서 연습을 했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어려운 골프장인데 운이 좋아서 좋은 스코어를 쳤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이승연이 밝힌 선전의 비결은 욕심을 버린 것이었다. 이승연은 "핀크스는 바람이 불면 난이도가 높아진다. 어려운 골프장"이라면서 "욕심을 내지 않았다. 웨지는 핀을 보고 쳤지만, 긴 클럽은 안전하게 그린에 올려 투퍼트 하는 전략으로 했다. 샷이 잘 돼 좋은 스코어를 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1, 2라운드는 샷감이 참 좋았다. 오늘 샷감이 좋으니 남은 이틀을 편하게 치기 위해 오늘 최대한 잘 치자고 생각했다"면서 "남은 이틀도 이렇게 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승연은 지난 2019년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시원시원한 장타는 골프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승연은 지난해 톱10 1회, 올해 톱10 2회에 그치며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승연은 "(첫 우승으로 주목을 받은 것이) 독이 됐던 것 같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좋게 우승을 했다. 당시 좋은 신인들이 많았고 나는 그에 비해 부족했는데, 같이 묶여서 잘한다고 하니까 거기에 따라가야한다는 부담이 컸다"면서 "그러다보니 2년차 때 잘해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고, 실력이 기대치를 못따라갔다. 스스로 많은 부담을 줬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어려운 시간을 겪으면서 이승연의 골프는 더욱 성숙해졌다. 이승연은 "오늘도 많이 떨렸다. 예전 같으면 떨지 말자고 생각했을텐데, 오늘은 어느 선수든 떨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쳤다"면서 "남은 이틀도 긴장되겠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승연은 또 "(내 골프가) 내 생각에는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심리적인 것이나 골프에 임하는 태도가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온 기회인 만큼 우승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이승연은 "항상 우승을 목표로 했는데, 따라주질 않았다"면서 "남은 시합은 생각하지 않고 이번 대회에 목숨을 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폰서 대회라는 점도 이승연에게는 더욱 동기부여가 된다. 이승연은 "재계약에 다른 대회 우승보다는 가산점이 있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