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나 혼자 산다' 허항 PD가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그간 각종 논란으로 성장통을 겪었던 '나 혼자 산다'가 이를 자양분 삼으며 더 나은 미래를 약속했다.
최근 허항 PD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투데이와 만나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18년 첫 방송된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이다. 허항 PD는 지난 2월부터 '나혼산' 연출을 맡아왔다.
'나혼산'을 이어받은 허항 PD는 처음 많은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그는 "새롭게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거면 맨바닥에 제가 좋아하는 색으로 벽돌을 쌓으면 된다. 그런데 이미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에 들어오게 되니 변화를 시켜야 하는 게 맞는지, 현상 유지를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오랜 고민 끝 허항 PD는 변화와 유지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PD가 바뀌었다고 해서 프로그램도 바꾸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기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캐스팅과 촬영, 편집으로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더 지나 (시청자들이) '나혼산'이 변화하고 있구나, 생각하실 수 있도록 매주 방향키를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허항 PD가 생각한 '나혼산'만의 색깔은 무엇일까. 허항 PD는 "'나혼산'은 어떤 사람의 일상을 원샷으로 따라가는 포맷이 주는 강력함이 크다. 또 매력적인 게스트를 발굴하기도 한다. 이러한 포맷과 인물들의 매력이 합쳐져서 '나혼산'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화제성이 뜨거운 만큼 논란도 많았던 '나혼산'이다. 특히 스타들의 화려한 일상, 무지개 회원들의 친목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에게 박탈감, 소외감을 안겼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 침묵을 지켜왔던 허항 PD가 입을 열었다. 먼저 허항 PD는 '나혼산'에서 화려한 면면만 조명하며 시청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긴다는 반응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라이징 스타나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담으려고도 했다. 그러나 이슈가 되는 부분은 스타들의 화려한 모습들이었다"며 "남녀노소, 주거형태에 상관없이 스토리에 집중해서 캐스팅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좋은 집들이 나와서 박탈감을 느끼신 것 같다. 이제 이런 부분을 신경을 쓰려고 한다. 일부러 화려한 집을 캐스팅했던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1인 가구의 솔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기획 의도와 달리 '나혼산'은 무지개 모임 회원들의 과한 친목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허항 PD는 "단합을 중시하는 연출을 지향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허항 PD는 "무지개 회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다 보니 공감대, 우정이 생겼다. 그러다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단합, 정모를 하는 개념이 만들어졌다"며 "혼자 사는 이웃끼리 도움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자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욱 새로운 인물을 많이 보여드리고 또 깊은 공감을 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부분을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출연자 논란도 여러 차례 일었다. 특히 최근 가수 아이유 사칭 홍보 논란, 기안84 왕따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터다.
앞서 '나혼산'은 지난 6월 가수 아이유의 등장을 내세우며 프로그램을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방송에서는 아이유가 아닌 그를 사칭한 일반인의 목소리만이 등장했다. 또한 해당 일반인이 평소 아이유를 사칭해온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항 PD는 "당시 출연자였던 쌈디가 본인이 즐겨하는 음성 기반 SNS 플랫폼을 통해 일반인 이용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저희는 그 소통에 방점을 두고 있었는데 이용자 중 논란이 있었던 분이 있었다는 걸 방송 다음 날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팩트 검증도 되지 않았고 논란을 키우지 않기 위해 해당 방송 클립을 삭제했다"며 "왜 사과나 대응이 없었냐는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일반인들에 대한 검증을 할 여력이 없었다. 그게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기안84 관련 논란에도 입을 열었다. 최근 '나혼산'에서는 무지개 회원들의 참석 없이 기안84의 웹툰 마감 파티가 진행돼 왕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허항 PD는 "왕따라는 프레임이 기정사실화처럼 규정된 것에 대해 저희도 놀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을 통해 그 스토리를 보신 분들은 왕따에 대한 용어를 오히려 이상하게 느끼실 거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세심하지 못한 연출이 있었고, 저희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보신 분들이 불편하셨다면 그 의도에 대한 변명은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수많은 논란을 창조해낸 탓에 '창조 논란'이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허항 PD는 이러한 수식어가 생긴 이유에 대해 "어떤 일상을 그대로 공개하고 친구처럼 이야기하다 보니 가까이 있는 사람처럼 여겨 예민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털어놨다.
이어 "말 한 마디가 영향력이 크다는 걸 실감했다"며 "이러한 부분은 제작진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더 지혜롭게 대처하고, 개선하는 제작진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에 대한 발빠른 대처도 약속했다. 허항 PD는 "앞으로는 논란에 대해 조금 더 신속하게, 또 사실을 기반해서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나혼산'은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다. 허항 PD는 "이제 전현무가 무지개 모임 회장님으로 다시 오셨다. 이로 인해 무지개 모임의 멤버들 변화도 있을 거고 멤버들끼리의 우정이 싹트길 기대하고 있다. 또 전현무를 주축으로 새로운 인물을 찾으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이어 "혼자 사시는 분들께 더 많은 팁과 공감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출연자 범위도 더욱 넓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 연차를 망라하고 다양한 싱글라이프를 보여드릴 수 있는 '나혼산'이 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