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21일 부산 기장의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6726야드)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는 LPGA 투어 선수 50명, 로컬 파트너인 KLPGA 투어 선수 30명, 그리고 초청선수 4명이 참가해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친다.
2019년 첫 개최돼 큰 호응을 얻었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지난해 2회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아쉽게 열리지 못했다. 올해는 다행히도 대회를 열 수 있게 됐지만, 무관중 대회로 진행된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다양한 조치가 실시된다. 대표적인 것이 '버블'이다. '버블'은 선수들과 외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며, 숙소, 대회장 등 제한적인 공간에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과거 미국프로농구(NBA) 등에서도 '버블'을 통해 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버블'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조치이지만, 선수들은 그만큼 제한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맛집에 갈 수도, 지인들과 만날 수도 없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이지만, 해변가를 거닐 수도 없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어떻게 '버블'에서 생활하고 있을까? 올해 첫 국내 나들이에 나선 고진영은 "테라스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잘 쉬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고진영에게 바다가 보이는 숙소는 좋은 휴식 공간이다.
부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대니얼 강(미국)은 모처럼 부산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출전했지만, 올해에는 버블 생활만 해야 한다. 하지만 대니얼 강은 "나만 답답한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골프를 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 "답답한 것은 없다. 호텔의 뷰가 정말 좋다. 괜찮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답답한 환경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는 선수들도 있다. 한나 그린(호주)는 "최근 '오징어 게임'을 봤다. 호텔에 왔는데 방에 달고나가 있었다. 재밌는 에피소드였다"면서 "만약 내가 '오징어 게임'에 나갔지만, 우산 모양의 달고나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탈락했을 것이다. 호텔방에서 나가지 못하는데 소소한 재미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투어 일정을 소화하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에게는 이번 대회에서 시행되는 '버블'이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KLPGA 투어 대회에서도 무관중 경기 등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시행되지만, '버블'과 같은 조치는 실시되지 않는다.
장하나는 "선수들이 맛있는 것도 찾아다니고, 답답하면 바람도 쐬는데 그런 것이 일절 안되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3일째 되니 편안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방역 조치가 불편할 수는 있지만 모든 선수들을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좋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년 만에 찾아온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선수들과 모든 관계자들의 노력 속에 안전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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