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최초 한 지역 4개 팀 8강 진출을 이룬 LCK가 8강에서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라이엇 게임즈는 오는 22일(현지시각)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위치한 뢰이가르달스회들 실내 경기장에서 열리는 2021 LoL 월드 챔피언십 8강이 T1과 한화생명e스포츠의 5전 3선승제 승부를 시작으로, 나흘 동안 진행된다고 밝혔다.
녹아웃 스테이지, 즉 패하면 탈락하는 싱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8강전의 관심사는 LCK 대표로 출전한 팀들 가운데 몇 팀이 4강에 진출하느냐다. LoL 월드 챔피언십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네 팀이 출전 자격을 얻은 LCK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살아 남아 16강 그룹 스테이지에 네 팀이 올라왔고 모든 팀이 8강에 진출하면서 새 역사를 썼다.
8강 대진이 공개된 이후 T1과 한화생명e스포츠가 맞대결을 펼치게 되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최대 세 팀이 4강에 오를 수도 있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T1-한화생명e스포츠, 50일 만에 재격돌
월드 챔피언십 8강 추첨 결과 T1과 한화생명e스포츠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LCK 네 팀 가운데 처음으로 탈락하는 팀이 나오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T1과 한화생명e스포츠는 지난 9월 2일 한국 대표 선발전 최종전에서 맞붙은 바 있다. 두 팀 모두 월드 챔피언십 출전을 확정지은 시점에서 시드 순위를 걸고 펼쳐졌던 당시 대결은 피 튀기는 혈전으로 진행됐다. T1이 1, 2세트를 연달아 가져가면서 낙승을 거두는 듯했지만 한화생명e스포츠가 3, 4세트를 승리하면서 풀 세트 접전으로 이어졌다. 끝까지 집중력을 살린 T1이 최종 승리를 따내면서 3번 시드로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LCK 4번 시드로 월드 챔피언십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치렀던 한화생명e스포츠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워크의 짜임새가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대회 경험이 전무했던 신예 트리오-'모건' 박기태, '윌러' 김정현, '뷔스타' 오효성-가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경기력이 올라가고 있고 베테랑인 '데프트' 김혁규와 '쵸비' 정지훈이 구관이 명관임을 입증했다.
그룹 스테이지 C조 1라운드에서 1승2패로 저조했던 한화생명e스포츠는 2라운드에서 3전 전승을 기록했고 순위 결정전에서 로얄 네버 기브업에게 아쉽게 패하면서 8강에 진출하는 등 갈수록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다.
T1의 경기력도 만만치 않다. 그룹 스테이지 B조에 속했던 T1은 1라운드에서 에드워드 게이밍에게 대패했지만 2라운드에서 꼼꼼하게 짜여진 직조물과 같은 조직력을 보여주면서 3승을 추가, 조 1위로 8강에 올라왔다.
T1은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면 무조건 4강 이상 진출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2013년과 2015년, 2016년 우승을 차지했고 2017년에는 준우승, 2019년에는 4강에 올라갔다. T1의 월드 챔피언십 호성적은 지금까지도 T1의 미드 라이너를 맡고 있는 '페이커' 이상혁과 함께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월드 챔피언십 출전 경험이 가장 많은 원거리 딜러 '데프트' 김혁규는 2014년 삼성 갤럭시 블루 소속으로 4강에 올라간 이후 2015년, 2016년, 2018년, 2020년 모두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쵸비' 정지훈도 비슷하다. 2019년 그리핀 소속으로 처음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한 정지훈은 8강에서 탈락했고 2020년에는 김혁규와 함께 DRX 유니폼을 입고 나섰지만 8강에서 담원 기아에게 패했다.
▲ 담원 기아-매드, 젠지-C9 만나 4강 도전
'디펜딩 챔피언' 담원 기아는 유럽(LEC) 1번 시드인 매드 라이온스를 상대로 2년 연속 4강을 노린다.
16강 그룹 스테이지를 통과한 8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6전 전승을 기록한 담원 기아는 최강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4.2의 K/DA(킬과 어시스트를 더한 뒤 데스로 나눈 수치)를 기록하면서 1위에 오른 '쇼메이커' 허수가 든든하게 허리를 지켜주고 있고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 유일하게 펜타킬을 기록한 '칸' 김동하가 군 입대 전 마지막 대회라는 각오를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내셔 남작이나 드래곤 등 대형 오브젝트를 가져가는 확률도 가장 높은 담원 기아는 분당 골드 1위, 팀 K/DA 2위, 분당 킬 2위 등 팀 지표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담원 기아의 상대인 매드 라이온스는 종잡기 어려운 스타일을 갖고 있다. 허무하게 패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D조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젠지에게 패하면서 1승3패로 탈락할 위기를 맞았지만 팀 리퀴드와 LNG e스포츠를 연파하며 사상 첫 4자 재경기를 만들어냈고 타이 브레이커에서 LNG e스포츠를 또 다시 잡아내면서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올라온 젠지는 북미(LCS) 3번 시드인 클라우드 나인(C9)을 만난다. 젠지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네 팀 모두 3승3패를 기록하는 초유의 결과가 나온 뒤 팀 리퀴드와 매드 라이온스를 잡아내면서 D조 1위로 8강에 올라왔다.
C9도 젠지만큼이나 드라마를 쓰면서 8강에 올라왔다. 플레이-인 스테이지 순위 결정전에서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에게 패해 녹아웃 스테이지를 치르고 16강에 올라온 C9은 1라운드에서 3전 전패를 당했지만 2라운드에서 2승1패를 기록했고 1위 결정전에서 로그를 꺾으면서 A조 2위로 8강 티켓을 획득했다. 가시밭길을 걸어온 젠지와 C9이기에 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한편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 네 팀이 출전한 중국(LPL)은 공교롭게도 8강에 올라온 에드워드 게이밍(EDG)과 로얄 네버 기브업(RNG)이 맞대결을 펼친다. 한 팀이 4강에 오른다는 사실은 확정됐지만 두 팀 모두 경기력이 꽤 좋았기에 LPL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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