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데뷔 15년 차 배우 정문성이 또 하나의 성공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서다. "뻔하면 안 된다"는 도재학 역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 도전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정문성에게 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선물했다.
정문성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취재진과 만나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를 담은 드라마.
정문성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부터 2까지 흉부외과 늦깎이 레지던트 도재학 역할을 맡아 극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시즌제였고, 오래전부터 준비를 하면서 진행된 거라서 현장의 모든 사람이 가족 같고, 친했다"며 "현장에 가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었는데 그런 공간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다들 아쉽고 서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행복한 작업에 함께 했다는 게 감사하고, 아쉽거나 서운한 감정보다 감사하고 행복한 감정이 더 크다"라고 웃었다.
정문성의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연은 주변 배우들의 추천으로 성사됐다. 그는 "신원호 감독님과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 함께했지만, 뒤늦게 합류했고, 감독님과 많은 얘기도 나누지 못했다. 맨날 우는 역할이라서 감정을 잡고 있다 보니까 감독님도 제가 진중하고 무겁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전부터 저를 알고 있던 (전)미도, (조)정석이, (유)연석이, (김)대명이, (정)경호까지 제가 사실은 재밌는 사람이라고 얘기해 줬다고 한다"며 "감독님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좋은 말을 해준 사람이 드물어서 한 번 보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은 감독님과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정문성은 "감독님이 도재학 캐스팅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시더라. 자칫 뻔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어서 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라며 "감독님이 '네가 하면 뻔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많이 고민해 주고 나는 어려운데 같이 풀어볼래?'라는 제안을 배우로서 재밌고 즐기고 해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부담은 됐지만 좋다고 했다. 의욕이 불탔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정문성은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듯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세밀한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해내며 연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원래 완벽하고 멋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 힘들다. 도재학이라는 인물의 설정 자체가 훌륭한 교수님들과 의사들 사이에 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인간이다. 따로 생활 연기를 신경 쓴 건 아니고, 대본에 있는 그대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정문성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바로 '대본 그대로를 연기하는 것'이었다. 정문성은 "대본도 재밌었고 연출도 잘 해주실 것을 믿기 때문에 저는 대본을 옳게 분석하고, 대본에 적힌 캐릭터의 역할에 집중해서 연기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부담감도 있었다는 그는 "재미도 있어야 하고, 감동도 있어야 했다. 대본을 잘 분석하고, 또 분석한 것을 최대한 잘 표현하는 게 저한테는 제일 중요한 숙제였고 그거에 신경을 썼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문성이 맡은 도재학 역은 전공 교수인 김준완(정경호)와 티격태격 케미를 유쾌하게 그려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정문성은 "(정경호와는) 시작할 때도 신뢰가 있었지만 서로 신뢰가 점점 더 쌓여서 나중에는 어떤 장면을 찍든 믿게 됐다"며 "서로 연기하면서 걱정보다는 '재밌겠다', '기대된다'라는 식으로 믿었고, 서로가 서로를 돋보이게 할 수 있게끔 배려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정경호를 다정하고 스윗한 사람이라고 말한 정문성은 "이전에도 작품을 같이 했었는데 제가 형인데 항상 제 윗사람이었다"고 웃었다.
이어 "연기할 때는 기가 막히게 아랫사람 대하듯이 하고 카메라 밖에서는 굉장히 저를 많이 좋아해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제 자랑을 해주는 고마운 동생이다. 귀엽고 다정한 동생"이라며 "참 좋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과 시즌2를 마친 정문성은 "'전원일기'를 하셨던 선배님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하실 수 있었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도재학이라는 인물이 어떤 상황이든 연기에 대한 고민을 크게 안 할 것 같다. 시즌2까지 했더니 '도재학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가 아니고, 그냥 도재학으로서 그 말과 상황을 몸속에 집어넣으면 알아서 입이 움직이고, 제스처를 하고 있더라"라고 웃었다.
이렇듯 도재학 그 자체가 됐던 정문성에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새로운 울타리 안의 가족을 만들어준 작품"이 됐다. 정문성은 "다시 만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감독님, 스태프들, 배우들이 이제는 내 가족인 것 같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런 사람들의 울타리를 나에게 선물해 준 작품"이라고 밝혔다.
2007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2012년 드라마 '유령'으로 브라운관에 첫 발을 내디딘 정문성은 15년 동안 매체와 무대를 넘나들며 큰 활약을 펼쳤다. 역할을 관통하는 힘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정문성은 "매체는 부분부분 나눠서 촬영하기 때문에 제가 연기하고, 호흡하는 구간이 길지 않다"며 "그러나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인물로서 연기를 해야 한다. 매체 연기를 계속하다 보면 호흡이 좀 짧아지는 느낌이 있어서 무대를 하고 다시 돌아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힘이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무대와 매체를 병행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연기를 시작했던 때와 현재, 마음가짐의 변화도 있다. 정문성은 "안타까운 건 처음에는 몸이 힘들든, 마음이 힘들든 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 근데 지금은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그저 재밌지만은 않다. 제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고, 그걸 해결하고 싶은데 잘 안되는 것 같을 때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긍정적인 점도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잘한다고 칭찬받는 걸 원했던 것 같다. 배우를 할 때도 그런 게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 보이는 연기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그런 연기를 하려고 했었다. 그 연기가 뭔지도 잘 모르고 말이다"라고 웃었다.
그는 "근데 사실 더 중요한 건 내가 내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그거에 집중한다. 그게 달라진 점 중 하나다"라며 "잘 안돼서 화가 날지언정 연기를 하거나 어떤 캐릭터를 할 때 겁을 내지는 않는다.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연기하고 싶은 욕심과 도전, 그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다. 정문성은 "정말 감사하게도 그 연기 욕심을 채울 수 있는 매력 있는 작품이나 역할을 많이 건네주신다. 배우를 하고 나서 쉬어본 적이 없다. 쉬는 게 편하고, 일하는 게 힘들다는 생각 자체를 못해봤다. 또 지금 어머니와 같이 사는데 내 가족에게 좋은 가장이 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