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신인 같지 않은 신인' 송가은이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송가은은 3일 경기도 포천의 아도니스 컨트리클럽(파71/6480야드)에서 막을 내린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우승상금 2억7000만 원)에서 1-4라운드 합계 15언더파 269타를 쳤다.
송가은은 이민지(호주)와 동타를 기록,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이어 3차 연장에서 버디를 낚아, 파에 그친 이민지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정규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송가은은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송가은은 지난해 드림투어 2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신예다. 이후 조건부 시드로 정규투어 대회에 출전해 가능성을 보여줬고, 올해부터 정규투어에 본격 데뷔했다.
송가은은 올해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5위, KLPGA 챔피언십 10위, 6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10위를 기록하는 등 신인답지 않은 경기력으로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떠올랐다. 7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와 8월 한화 클래식에서도 5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좀처럼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대회 초반에는 선두권에 자리하고도, 3, 4라운드가 되면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모습이 많았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송가은은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 이민지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했다. 하지만 12번 홀까지 이민지에 3타 뒤지며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송가은도 물러나지 않았다. 13번 홀에서의 버디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이어 연장전에서도 침착한 플레이로 3차 연장 승부 끝에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신인 답지 않은 과감함과 침착함으로 만든 우승이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송가은은 살짝 미소를 지을 뿐, 차분함을 유지했다.
송가은은 "경기 중에 긴장되는 순간이 있었지만 후회없이 치려고 노력했다. 1타, 1타 집중해서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침착한 플레이의 비결을 밝혔다. 우승을 확정된 뒤에도 차분한 모습을 유지한 것에 대해서는 "원래 기분을 잘 드러내는 편이 아니다. 속으로는 정말 기뻐하고 있다. 기뻐서 울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송가은과 연장 승부를 펼친 이민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6승, 세계랭킹 7위, 도쿄 올림픽 출전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선수다. 송가은은 그럼에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경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송가은은 "플레이할 때 상대를 신경쓰는 편이 아니라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신인답지 않은 경기력과 마인드컨트롤을 보여주고 있는 송가은이지만, 그래도 신인왕에 대해서는 욕심을 드러냈다. 이번 우승으로 송가은은 신인상포인트 1710점을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송가은은 "목표는 신인왕이다. 우승으로 신인왕에 한걸음 더 다가가서 좋다. 남은 시합도 잘 마무리해서 신인왕을 꼭 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2021시즌 루키 선수들 가운데 첫 우승자가 된 송가은이 남은 대회에서 신인상포인트 1위를 지키며 신인왕 수상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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