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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작 혹은 걸작"…'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의 모험 [인터뷰]
작성 : 2021년 10월 01일(금) 17:07

황동혁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10년도 전에는 난해하고 기괴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작품이 변한 세상 속 전 세계인의 공감과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이야기다.

17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모든 것을 밝혔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서스펜스 넘치는 게임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미주,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전 대륙에 걸쳐 수십 여 국가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 및 상위권 진입,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 등 글로벌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뜨거운 반응이 기쁘지만, 또 얼떨떨하다고. 그는 "잘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고 웃으며 "이게 진짜인가 싶어서 멍한 상태"라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2008년 떠올린 작품이다. 당시에는 낯설고 난해하고 기괴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은 '오징어 게임'이 그리는 살벌한 서바이벌이 어울리는 세상이 왔다. 황동혁 감독은 "작품으로 보면 좋을지 모르지만, 세상으로 보면 서글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제가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작품을 하다가 엎어지고 생활비도 부족해서 대출을 받았다. 그 어려운 시기에 '내가 데스게임에 참여하게 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시작하게 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황동혁 감독은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인물들을 탄생시켰다. 황동혁 감독은 "제 안의 다른 자아들을 꺼내서 만든 인물들이다. 성기훈(이정재)과 조상우(박해수)는 제 안의 두 모습을 생각하고 만든 거라서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제가 보인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황동혁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의 인기 요인에 대해서는 "넷플릭스와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청자들을 위해 최대한 단순하고 비주얼적인 게임을 비치했다"며 "원래 다섯번째 게임이 동그란 딱지 접기였는데 구슬치기로 바꿨다. 아름답고 심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이 가진 단순성 덕분에 해외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쉬워서 흥미를 끈 것 같다"며 "또 지금 사회가 어느 나라든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힘들다. 부익부 빈익빈도 더 심해졌다고 하고 전 세계 어디든 구조적인 문제를 겪고 있어서 더 공감해 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동혁 감독은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약한 사람들을 게임장에 몰아넣고 게임을 시킨다는 '클리셰'를 인정하면서도 '오징어 게임'만의 차별점은 영웅이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통 데스 게임은 똑똑한 사람이 헤쳐가고 상대를 무찌르고 세상을 구원할 영웅이 존재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그렇지 않다. 기훈조차 남의 도움으로 게임을 헤쳐나간다. 똑똑하고 잘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며 "또 보통 강제로 게임을 시키지만 전 나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자발적인 참여를 시킨 거다. 게임은 간단해서 규칙을 이해하는 데 몇초 걸리지 않는다. 게임보다 게임하는 사람의 감정과 심리를 더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황동혁 감독 /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러나 '오징어 게임'을 향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해외에서의 호평과 달리 국내에서는 호불호 갈린 반응이 쏟아졌다. 황동혁 감독은 "평가를 잘 안 보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얘기를 해주더라. 만들 때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재밌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평가를 보고 역시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실망하신 분들에게는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오징어 게임'은 큰 인기만큼 논란도 많았다. 극 중 등장한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실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문제가 인 바 있다. 이에 황동혁 감독은 "없는 번호를 쓴다고 쓴 건데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제작진 쪽에서 현재 해결 중에 있고, 영상을 바꾸는 문제에 있어서도 해결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좌번호는 제작진 중 한 명의 계좌를 쓴 거다. 그 친구의 통장에 자꾸 456원이 들어온다고 하더라. 그냥 놔두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것도 정리를 하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을 도구화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성 혐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녀(김주령) 캐릭터는 극 중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간이 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사람의 장기를 파는 행위도 마찬가지고, 바닥에 떨어졌을 때 나올 수 있는 인간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또 VIP들이 있는 곳에 나오는 보디페인팅은 사람을 도구화하는 모습을 비판하고 싶어 남자와 여자를 모두 썼다. 특정 성별을 혐오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황동혁 감독은 작품 마지막에 '나는 말이 아니야, 그래서 궁금해. 너희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라는 성기훈의 대사가 곧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경마장의 말처럼, 게임판 위의 말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말이 아닌 사람이다. 말처럼 살아선 안 된다. 게임판을 만들어낸 시스템, 경쟁 구도를 만들어낸 사회에 대해 알아야 하고 울어야 하고 분노해야 한다. 그걸 기훈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내가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가 '오징어 게임'에 대해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을 정도. 이에 시즌2에 대한 관심도 높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각본을 쓰고 촬영을 하는 과정을 혼자 해내면서 몸이 많이 상했다. '다시 또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작업이었다. '오징어 게임'은 가장 모험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던 작품이다. 모 아니면 도, 망작 아니면 걸작이라는 평가를 들을 거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그만큼 부담감도 컸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상해놓은 영화가 있어서 그걸 먼저 하게 될 것 같다. 몸이 너무 망가져서 고민을 했는데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고, 시즌2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다. 제가 저질러 놓은 것도 있어서 수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 열어놓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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