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무게감 있는 서사에 깊이 있는 열연이 채워졌다. 시작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인간실격'의 전도연, 류준열이다.
4일 JTBC 새 토일드라마 '인간실격'(극본 김지혜·연출 허진호)이 첫 방송됐다. '인간실격'은 인생의 중턱에서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빛을 향해 최선을 다해 걸어오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날 방송에서는 강재(류준열)와 부정(전도연)의 일상이 그려졌다. 먼저 강재는 역할대행 서비스 운영자로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평소 친했던 형 정우(나현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강재는 가족이 없던 정우를 위해 직접 장례식장을 마련했다. 생전 외로움을 호소하던 정우를 떠올리던 강재는 허탈함과 무력감에 빠졌다.
대필 작가였던 부정은 고급 아파트의 가사 도우미로 등장했다. 부정은 입주민에게 '갑질'을 당하고 모욕을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드라마 작가 아란(박지영)에게 악플을 남겨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부정은 아버지 창숙(박인환)을 만나 "나는 실패한 것 같다"며 좌절감을 드러냈다. 이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부정의 뒷좌석에 앉아 이를 지켜보던 강재는 그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인간실격'은 전도연과 류준열이 5년 만에 택한 드라마 복귀작이다. 두 사람은 길었던 공백기를 깨고 제대로 회포를 풀었다. 밀도 높고 섬세한 감정 연기가 주를 이루는 역할을 흠잡을 곳 없이 소화했다.
전도연은 역시나였다. 전도연은 어딘가 불안정하고 위태롭고 상실에 빠진 모습으로 아슬아슬하게 달린 마지막 잎새를 보는 듯한 연기를 펼쳤다. 류준열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 역시 진중하고 제 옷을 입은 듯한 연기력을 뽐냈다.
두 사람의 열연 만큼이나 서사도 무게감이 있다. '인간실격'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이들의 어두운 고민들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모았다.
연출 역시 짙고 어둡다. 대부분의 장면은 채도를 잃은 듯한 색감을 지닌다. 슬픔과 고민을 시각화한 듯한 분위기는 더욱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출연 배우들 대부분이 어두운 색상의 의상을 착용한 점도 눈에 띄었다.
'인간실격' 첫 화는 모든 것이 암울하고 웃음기조차 없다. 이는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나뉘는 요소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실격'이 풀어나갈 이야기는 많다. 어둠에 빠진 이들이 새로운 인물과 만나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렇듯 '인간실격'은 실격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배우들의 열연, 연출 면에서 합격점을 맞았다. 여기에 다채로운 이야기까지 채워갈 '인간실격'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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