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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단단했던 아드보카트의 이라크 [ST스페셜]
작성 : 2021년 09월 02일(목) 22:03

딕 아드보카트 감독 / 사진=방규현 기자

[상암=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이라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1차전 이라크와의 홈경기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한국과 이라크는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9월 홈 2연전에서 승점 6점을 쓸어담겠다는 한국의 계획은 첫 단계부터 어긋나게 됐다.

우리의 생각보다 이라크가 훨씬 견고했다. 지난 7월 최종예선을 앞두고 이라크의 지휘봉을 잡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짧은 시간 동안 이라크를 조직력과 안정감을 갖춘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과도 인연이 많은 지도자다. 15년 전,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했다. 당시 한국은 목표했던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토고를 꺾고, 강호 프랑스와 비기는 등 1승1무1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토고전 승리는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원정승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독일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러시아 제니트에서 김동진과 이호를 영입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후에도 아드보카트 감독은 벨기에와 AZ 알크마르, 러시아, PSV 에인트호번, 세르비아, 네덜란드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고,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이라크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번 경기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하루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국에 오게 돼 영광이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였다"며 한국에 여전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음을 전했다. 또한 “한국은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는 유력 후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라크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다. 침대 축구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프로페셔널하다. 시간 낭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날 이라크는 한국의 공세에 밀려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면서도 안정적인 조직력과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아시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의 공격진도 이라크를 상대로는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경기 후반이 될 때까지 이렇다할 시간지연 행위나 침대축구도 없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몇 차례 노골적으로 시간을 지연하기도 했지만, 이정도를 침대축구라고 탓하기엔 애매했다.

1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 축구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채 한국을 떠나게 됐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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