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서양인 히어로로 채워졌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다름의 간극을 좁혔다. 첫 아시아인 히어로 탄생을 알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통해서다. MCU 세계관의 이음새도 단단해졌다. '샹치'가 더해진 마블은 촘촘해진 서사를 자랑한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감독 데스티니 다니엘 크리튼·제작 마블스튜디오, 이하 '샹치')은 마블의 강력한 전설 '텐 링즈'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 온 아버지 웬우(양조위)와 암살자의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달은 초인적 히어로 샹치(시무 리우)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대결을 그린 슈퍼 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다.
작품은 악의 조직 텐 링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수장인 웬우는 기이한 힘을 가진 열 개의 링으로 세계를 지배한다.
그러던 그가 사랑에 빠진다. 신비한 힘을 지닌 마을 탈로 출신 장리(진법란)를 만나면서부터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가 됐고 아들 샹치(시무 리우), 딸 쑤 샤링(장멍)과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장리가 사망하며 웬우는 폭주하게 된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샹치는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킬러로 자란다. 이후 샹치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친 후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지낸다.
그러다 어른이 된 샹치에게 텐 링즈 조직의 무리가 찾아온다. 샹치는 여동생 쑤 샤링과 거대한 음모를 계획하는 아버지를 막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샹치'는 마블 영화 최초의 아시아인 히어로물이다. 국적, 인종을 초월하는 '샹치'답게 작품 곳곳 차별의 경계를 허무는 요소가 담겼다. 특히 이상적인 공간 탈로에서는 남녀노소를 구분 짓지 않는다. 모두가 무술을 배우고 무기를 익힌다. 오직 남성에게만 훈련 기회가 주어지는 텐 링즈와 비교하며 더욱 이상적인 곳임을 강조한다.
주인공 샹치는 다양성을 포용한 인물이다. 중국계지만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가 하면, 국적을 초월한 액션을 선보인다. MCU 세계관에서 흔히 등장했던 익스트림 액션과 중국 무협 영화를 연상시키는 묵직한 액션을 모두 겸비한다.
이를 연기한 시무 리우는 순조롭게 MCU 세계관에 안착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눈을 끄는 이가 있다. 바로 양조위다. 빌런이지만 애처롭고 절절하다. 눈빛 하나로 액션물, 멜로물을 오가는 그는 '멜로 빌런'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유치할 법한 팔찌 액션도 그가 연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깊은 눈빛, 힘 있는 액션 연기가 그의 서사에 힘을 싣는다.
연출에서도 볼거리가 많다. 특히 탈로에 들어서는 순간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고대 신화 속에 등장할 것만 같은 기이한 동물들이 관객들을 반긴다. 무거웠던 분위기도 잠시나마 반전된다. 히어로물이 아닌 판타지물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MCU 세계관도 제대로 확장시켰다. 작품 곳곳 마블 속 반가운 영웅이 등장한다. 특히 2개의 쿠키 영상은 마블의 세계관을 제대로 잇는 장치다. 더욱 커지고 촘촘해진 세계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이처럼 마블의 첫 아시아인 히어로물 '샹치'는 다름을 수용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다. 경계를 허물고 다양성을 품은 '샹치'가 MCU에서 입지를 견고히 다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9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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