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나를 믿고 찬스를 기다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화 클래식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이다연이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다연은 29일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673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 원, 우승상금 2억5200만 원)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로 6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이다연은 2위 최혜진(12언더파 276타)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269타는 한화 클래식 역대 최소타 우승 기록(기존 2017년 오지현, 275타)이다.
이번 우승으로 이다연은 시즌 첫 승, 통산 6승째를 신고했다. 지난 2019년 효성 챔피언십 우승 이후 한동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지만, 한화 클래식을 통해 20개월 간의 아쉬움을 깨끗이 털어냈다.
이다연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얼떨떨하다"면서 "너무 오랜만에 우승을 해 기분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다연은 2019년 2승을 수확하며 주목을 받았고, 그해 12월 열린 2020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2020시즌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이 진행됐고, 이다연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다연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우승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다연은 "지난 한 해, 골프 외적으로나 스스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부모님이 내가 힘들 때 같이 힘들어 하셨고, 아플 때 같이 아파하셨다는 것이 느껴져 눈물이 났다"며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사실 지난해와 올해 이다연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3번이나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늘 마지막 날 경기력이 아쉬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단 하나의 보기도 기록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다연은 "3타 차 선두였기 때문에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했다. 애쓰지 않고 기다리면 분명히 찬스가 올 것이고, 그 찬스를 최선을 다해 잡자는 생각으로 임했다"면서 "이전에는 챔피언조에서 잘 풀리지 않아서 부담감이 있었다. '또 그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나를 믿고, 찬스를 기다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우승의 중요한 분수령이 된 10번 홀 이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위권과의 차이를 벌리던 이다연은 10번 홀에서 환상적인 칩인 이글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꽉 쥐었다. 이다연은 "공이 홀을 돌고 들어가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들어가줘서 제스처가 크게 나왔다"며 웃었다. 그때 우승을 예감했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번 우승으로 이다연은 지난 2019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메이저 퀸에 오른 뒤,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신고했다. 이다연은 "첫 메이저대회 우승은 나에게 상위권에 있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면서 "이번 우승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이룬 우승이다. 혹시나 우승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 의심을 바꿔준 우승이다. 내가 아직도 우승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고 이번 우승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화 클래식 우승으로 시동을 건 이다연은 이 기세를 가을 내내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가을에 더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던 이다연이다.
이다연은 "컨디션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면 오히려 불안할 때가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좋은 컨디션이라면 좋겠지만, 무난하게 나의 경기를 하고 좋은 성적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첫 우승이 나온 만큼 2승이 새로운 목표가 되겠지만, 몸 관리 잘하며 무난히 나의 경기를 잘한다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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