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배우 윤박이 또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항상 전 작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꿈이라는 그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윤박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너는 나의 봄'은 저마다의 일곱 살을 가슴에 품은 채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살인사건이 일어난 건물에 모여 살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윤박은 "좋은 동료, 스태프들과 6개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며 "큰 사고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드라마를 애청해 주셔서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윤박은 극 중 쌍둥이인 투자사 대표 채준과 한국계 미국인 신경외과 전문의 이안 체이스까지 1인 2역을 맡았다. 그는 외모만 똑같을 뿐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인물을 탄탄하게 그려내며 큰 호평을 받았다.
극 초반 강다정(서현진)을 향해 고백하며 직진하는 채준은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과거 사건들과 관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의문을 낳는다. 이후 똑같은 얼굴의 한국계 미국인 신경외과 전문의로 등장한 체이스는 차갑고 서늘한 눈빛을 보여주며 극과 극 모습을 선보였다.
윤박은 "채준과 이안 체이스가 쌍둥이이긴 하지만 살아온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채준은 강다정이라는 인물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애정표현을 적극적으로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연기하는 채준이 강다정에게 어떻게 하면 힘이 될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안 체이스는 대본이 많이 나온 상태가 아니어서 정확히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호한 상태였다"며 "나오는 장면마다 그 장면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노력했다. 어느 쪽으로 가지가 뻗더라도 잘 맞춰서 흘러갈 수 있게 여지를 두고 연기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박은 두 역할의 차이점을 두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채준 같은 경우에는 헤어스타일도 유하고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했고, 눈도 또렷하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컬러렌즈를 착용하고 연기를 하기도 했다"며 "이안 체이스는 소시오패스고, 소시오패스는 사람들 무리 속에 섞여있는 와중에 반사회적인 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에 의상도 캐주얼하게 입어서 실제로 옆에 있을 법한 사람처럼 표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윤박은 '너는 나의 봄'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기대했다. 그는 "윤박이라는 배우가 '1인 2역도 해보네?'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두 역할의 성격이 정반대이기 때문에 잘 해냈을 때 저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해보고 싶었고, 또 욕심이 났던 캐릭터였다. 잘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체이스처럼 어둡고 살인자 역할을 한 적이 있지만 다 특별 출연이었다. 이번에는 긴 호흡을 가지고 가게 됐는데 단순하지만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게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윤박의 기대는 현실이 됐다. 그는 "시청자들이 윤박이라는 배우에게 저런 모습도 있다는 걸 알려드릴 수 있어서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밝혔다.
'너는 나의 봄'은 배우 윤박에게 배우로서 좀 더 전진할 수 있는 힘을 준 작품으로 남게 됐다. '연기의 희열'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는 윤박은 "연기는 윤박이라는 사람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극 중 인물을 좋아해 주실 때 오는 성취감과 희열이 있다.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라며 "드라마는 제가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냈을 때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오는 에너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연기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고 연기가 제일 재밌다. 그거 말고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없다. 좋아하기 때문에 잘 안 됐을 때 속상함과 마음에 타격도 있지만 뭔가 이뤄냈을 때 엔돌핀이 좋아서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러한 에너지는 윤박의 '열일'에 큰 원동력이 되는 셈. 윤박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열일' 행보를 걷고 있다. 그는 "쉴 때 잘 못 쉬는 스타일"이라며 "일할 때, 즉 연기할 때 더 재밌고 살아있는 것 같다. 집에서 쉬는 것도 길어야 1~2주다. 쉬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게 든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는 어쩔 수 없이 짧든 길든 공백기가 있으니까 그때 쉬면 된다. 굳이 시간을 내서 쉬고 싶지는 않다. 일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일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제가 준비했던 걸 촬영장에서 해보고 잘 나오면 힘을 얻어서 다음 작품도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다. 단순하게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게 재밌다"고 웃었다.
이렇듯 지난 2012년에 데뷔해 어느새 데뷔 10년차에 접어든 윤박의 연기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윤박은 "서툴렀던 시절이 길었지만 그때보다 지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지난 10년의 세월이 쌓여서 지금의 제가 된 거다. 많이 서툴렀지만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문에 소중했던 시간"이라고 밝혔다.
지난 10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10년. 윤박의 꿈은 시청자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배우, 그리고 80살까지 연기할 수 있는 배우다. 그는 "그때까지 연기하려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하고 평상시에도 잘 살아야 한다"며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쌓일 수 있게 연기에 열정적으로 다가가는 게 제 목표"라고 강조했다.
윤박은 차기작인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을 통해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캐릭터 자체가 겉으로 나서는 거 좋아하고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만 실생활은 지질하고 비겁할 수도 있다. '너는 나의 봄'에서 보셨던 비주얼을 기대하실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며 "스스로도 '시청자들께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시면 어쩌지?'하는 생각을 갖고 임하다 보니까 기상청 사람들 안의 인물에 못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는데 조금 내려놓으니까 편해지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캐릭터적으로 변화가 많을 것 같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 밝고 유쾌하다. 인물마다 사내에서 연애하는 스토리도 있어서 공감이 가시는 부분들도 있을 거다.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봐주시면 재밌게 볼 수 있으실 것 같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