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귀문'의 전개는 전형적인 과거 공포영화다.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흘러가 좀처럼 스릴을 느끼기 어렵다. 다만 스릴이 사라진 스크린의 빈자리를 4D가 채운다. 국내 최초 체험형 공포영화의 등장이다.
영화 '귀문'(감독 심덕근·제작 고스트픽처스)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연구소 소장과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극강의 공포를 그린 영화다.
작품은 도진(김강우)의 어머니(이화영)가 귀신이 출몰하는 귀사리 수련원에서 굿을 하면서 시작된다. 도진의 어머니는 굿을 하던 중 사망하고, 도진은 어머니의 한을 풀고 과거 집단 살인 사건 피해자들을 귀천시키기 위해 수련원으로 향한다.
귀신의 공간으로 통하는 날에 맞춰 수련원 앞에 선 도진. 같은 시간 대학생 혜영(김소혜), 태훈(이정형), 원재(홍진기)는 공모전에 제출할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수련원 안에 들어간다. 도진과 대학생들이 수련원에 들어선 순간, 공간의 문이 열리고 이들은 모두 귀신의 공간에 갇히게 된다.
도진은 집단 살인 사건 피해자를 하나씩 찾아 넋을 하늘로 보내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때 살인 사건의 용의자 귀신이 도진을 발견하고 공격하기 시작한다. 가까스로 귀신을 피한 도진은 대학생들과 마주한다. 대학생들은 출구를 찾지 못해 패닉이 온 상황. 수련원을 빠져나가기 위한 이들의 탈출이 시작된다.
'귀문'은 공포영화의 기본적인 클리셰 안에서 진행된다. 집단 살인이 일어난 수련원이라는 한정적인 공간, 이승의 문이 열리는 특정한 시간, 퇴마사의 등장과 멋모르고 공간에 들어간 무리 등이 그렇다. 때문에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고,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흘러간다.
그렇다고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이렇다 할 캐릭터성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건 공포에 대한 리액션 정도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나쁘지 않으나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예상 가능한 전개에 매력 없는 캐릭터가 만나니 공포영화에 스릴 대신 지루함만 남는다.
그럼에도 '귀문'의 매력은 한국영화 최초로 기획부터 2D, 스크린X, 4DX를 동시에 제작했다는 점이다. 그간 한국영화는 2D로 제작된 버전을 바탕으로 4DX, 스크린X 등 특별 포맷이 제작됐다. 그간 한국영화들은 애초에 특별 포맷으로 제작되지 않았기에 한계가 생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영화가 '귀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특별 포맷에 최적화된 '귀문'은 마치 놀이기구 타고 공포영화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각적인 공포보다 4D 의자를 타고 즐기는 공포가 더 큰 셈이다. 체험형 공포영화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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