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발렌시아)이 성장 정체 위기에 빠졌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3일 오전 10시 30분 비대면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9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 2차전에 나설 26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기대를 모았던 이강인의 이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6월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 이은 2연속 제외다.
지난 2019년 9월 조지아전을 통해 성인대표팀에 데뷔한 이강인은 꾸준히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년께 대회가 열리지 않았지만, 거의 대부분 소집 명단에 포함됐다.
벤투 감독은 "올림픽에 나갔기 때문에 안 뽑은 것은 아니다. 이동경도, 황의조(지롱댕 보르도)도 올림픽 나갔는데 뽑지 않았느냐"라면서 "이강인과 원두재(울산 현대)를 안 뽑은 것은 전술적, 전략적 이유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이 이들을 대신해 선발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균형 잡힌 명단을 짜려고 노력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2명과 중앙이나 '10번(2선 중앙)'을 볼 수 있는 선수 5명을 선발했다. 이재성과 권창훈은 측면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결과적으로 균형 잡힌 미드필더 명단이 나온 것 같다"고 부연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소집 때 총 11명의 미드필더를 뽑았다. 그중 이재성(마인츠), 이동경(울산), 권창훈(수원 삼성), 남태희(알두하일), 황인범(루빈 카잔) 등이 이강인과 포지션이 겹치거나 비슷한 자리에 선다.
우선 이재성, 남태희, 이재성, 황인범은 벤투 감독의 '황태자'로 불린다. 최근 코로나19, 부상 등의 이유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세 선수는 모두 벤투호 터줏대감이었다. 그러면 이강인의 자리는 이동경이 대체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이동경의 성장세가 매섭다. 이동경은 이번 소집 이전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소집돼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 날카로운 왼발을 과시했다. 대회에서 2골을 터뜨렸다. 와일드카드로 승선한 황의조(4골)에 이어 김학범호에서 세 번째로 많은 골을 넣으며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이강인은 2019 폴란드 20세 이하(U-20) 골든볼을 수상하며 기대치를 높였으나,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3월 A매치 기간 펼쳐진 10년 만의 한일전에서 제로톱으로 선발 출전했지만 전반 45분 만에 교체됐다.
게다가 이강인은 한일전 이후 A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6월 A매치 기간 중에는 벤투호가 아닌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김학범호에 승선했다. 올림픽에서는 3골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으나 점차 교체 멤버로 전락해 존재감을 잃었다. 이동경이 결정적인 순간에 빛난 반면 이강인은 김학범호에서도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강인의 부진은 소속팀 발렌시아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발렌시아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강인은 이적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이강인의 거취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한국 최고의 유망주로 거론됐던 이강인의 처지가 위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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