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류승완 감독은 일과 사람의 소중함을 잘 안다. 누구보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함께 땀을 흘린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이는 류승완 감독이 '모가디슈'란 기적을 만들어낸 비결이기도 하다.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제작 덱스터 스튜디오)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 때문에 고립된 사람들의 탈출을 그린 영화다.
'모가디슈'는 개봉 20일 만인 17일, 누적 관객 약 244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달리고 있다. 이는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높은 기록이기도 하다.
류승완 감독은 이러한 뜨거운 반응에 "기적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4단계가 연장되고 있고, 또 지난주 올림픽까지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많은 분들이 영화를 봐 주시고 좋아해 주셨다"며 "저희가 잘했다기보단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그런 것 같다. 요즘 하루하루 모든 것이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는 소감을 전했다.
극장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 소회도 남다르다. 그가 원하는 시기, 그토록 염원했던 극장 단독 개봉이 이뤄졌기 때문. 그는 "이 작품은 아프리카 열기를 느낄 수 있도록 여름에 개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제작비가 굉장히 많이 들었지만 기록적인 흥행 스코어에 대한 욕심은 많지 않았다. 저희 원칙은 '아무리 비싼 돈을 준다고 해도 스트리밍에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극장에서 체험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고수했다. 개봉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어마어마한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모가디슈'는 1991년 내전 중인 소말리아에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실화를 다루고 있는 만큼 사건 고증은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류 감독은 "촬영 전부터 저희가 조사를 참 많이 했다. 사건과 관련된 외교관, 기자, 북한 분들 만나서 말씀을 듣고 그분들께 추천받은 서적들도 다 읽어 봤다"며 "영화 엔딩크레딧에 보면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 참고한 자료들이 쭉 나온다"고 전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도 있다. 이는 현실이라 믿기 힘든 실화를 현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실제 사건에서는 정부군, 반군 양쪽의 사격을 받았지만 북한 인물 한 명만이 사망했다. 총성이 빗발치는 상황 속에서 구사일생한 사건은 책으로 무장한 방탄 차량을 등장시켜 설득력을 높였다.
작품 속에서 반군이 사용한 AK 소총 등 무기 명칭이 언급된 이유도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는 "실제 AK 소총이 반동이 심해서 명중률이 낮다고 하더라. 또 당시 상황이 훈련이 잘 안 된 상태였다. 그런 자료를 덧대면 영화의 사실감을 높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류승완 감독은 "작품에서 더 첨가되거나 빠진 부분도 많다. 실제 북한 대사관은 8번 정도 습격을 당했다. 그러나 그걸 영화에서 반복해 보여 주면 힘든 상황을 관객에게 경험하게 하는 것 같아 압축해 표현했다. 또 남북 대사의 만남도 영화적으로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순조로웠다고. 류승완 감독은 "배우들이 전원 각본, 영화의 방향성에 동의해 주셨다"며 "저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마음가짐도 달랐던 것 같다. 서로를 믿지 않으면 서로에게 피곤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똘똘 뭉쳤다"며 "지금도 현장을 그리워한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과정이 없었던 게 아니다. 굉장히 많은 요소들을 통제해야 힘들었지만 배우들이 서로 잘 챙겨줘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현장 속 배우들의 하모니에 감탄하기도 한 그다. 류 감독은 "김윤석이 조인성, 구교환 싸움 장면에서 표정을 짓는데 자조적으로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이 나오더라. 그때 마침 제 생일이었는데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 너무 신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또 조인성이 '코리안 시가렛(Korean cigarette)'이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었다. 당시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조인성이 유쾌하게 돌파해 버리니까 쾌감이 느껴졌다. 허준호의 '갈 곳이 없소' 대사는 정말 영화 찍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배우들 모두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눈빛, 행동들을 맞춰줄 때도 쾌감을 느꼈다. 영화감독으로서 행복할 때가 이럴 때다. 이 모습을 세상에서 제일 먼저 볼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100% 해외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만큼 특별한 경험도 많이 겪었다. 촬영지였던 모로코는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다. 돼지고기를 먹지 못해 가장 힘들었다는 류 감독은 "밥차가 있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류 감독은 "모로코가 아랍권이고 공용 언어가 불어였다. 그래서 언어 소통도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영화 현장에서 모이는 사람들의 언어는 달랐다. 시간이 지나니까 사람들이 손짓, 발짓을 하면서 소통을 하더라. 그게 좀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해외 배우들을 모으는데 제작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모로코는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속초 같은 작은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대도시와 달리 인력 수급이 힘들더라"며 "그런데 우리 팀들이 다 해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를 통해 결속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결속력과 팀워크가 쌓였다. 이러한 것들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가 혼자선 무엇을 할 수 있었겠냐"며 "저의 원동력은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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