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최약체 우려 딛고 쓴 4강 신화…여자배구가 선물한 '감동의 2주' [ST스페셜]
작성 : 2021년 08월 08일(일) 10:44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올림픽 여정이 4위로 마침표를 찍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8일 오전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세트스코어 0-3(18-25 15-25 15-25)으로 졌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5년 만의 여자배구 메달에 도전한 한국은 김연경이 11점으로 분전했지만, 세계 최고의 라이트 티아나 보스코비치(33점)를 앞세운 세르비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비록 목표했던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여자배구 대표팀은 올림픽 기간 동안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사실 올림픽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라바리니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비관적이었다. 기존 대표팀 주축 멤버였던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불미스러운 일로 대표팀에서 이탈했고, 올림픽 전초전이었던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3승12패의 성적으로 15위에 그쳤다.

올림픽을 앞두고 김수지와 김희진이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4위,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8강에 진출했지만, 이번에는 조별리그 통과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올림픽 첫 경기에서 브라질에 0-3으로 무기력하게 무너지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여자배구 대표팀은 주저앉지 않았다. 최약체 케냐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두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8강의 분수령이었던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어진 한일전은 조별리그의 하이라이트였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맞아 한국은 다시 한 번 풀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5세트 후반에는 12-14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에이스 김연경과 '클러치 박' 박정아의 활약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8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었다.

이후 한국은 남은 조별리그 세르비아전에서 0-3으로 졌지만 A조 3위로 8강에 합류했다. 다만 8강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한국은 세계랭킹 4위 터키와 준결승행 티켓을 건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쳤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경기가 펼쳐졌지만 한국은 기어이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고, 다시 한 번 5세트 필승 공식을 이어가며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거뒀다.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4강 무대를 밟는 순간이었다.

이미 드라마를 쓴 여자배구 대표팀의 마지막 목표는 메달이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였음에도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는 김연경에게 메달은 선수생활 마지막 목표였다. 다른 선수들 역시 김연경에게 메달을 안겨주자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8강전까지 이미 150%, 200%의 힘을 쏟은 여자배구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브라질,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연달아 무릎을 꿇으며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그렇지만 한국 여자배구는 패자가 아니었다. 그동안 승리할 때마다 눈물을 쏟았던 선수들은 메달 확정이 좌절된 후 웃음으로 동료들을 격려하고 위로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가 없기에 나올 수 있는 모습이었다.

도쿄에서 2주간 펼쳐진 여자배구 대표팀의 여정은 메달보다 값진 추억과 감동을 남긴 채 막을 내리게 됐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