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김은희 작가가 '킹덤: 아신전'으로 돌아왔다. 그의 작품에 대한 남다른 시선과 표현력으로 그려진 '아신전'이 시작과 징검다리, 그 이상의 역할을 하면서 '킹덤'의 세계관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극본 김은희·연출 김성훈)의 김은희 작가와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킹덤: 아신전'은 조선을 뒤덮은 거대한 비극의 시작인 생사초와 아신의 이야기를 담은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은 남쪽 끝 동래에서 시작되어 한양까지 삽시간에 조선 땅을 뒤덮었던 역병이 수년 전 북방에서부터 시작됐음을 알리며 '킹덤' 시리즈를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대했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 아신전'에 대해 "시즌1의 프리퀄 성격을 띠고 있다. 작가로서 '킹덤: 아신전' 그전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상상은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이야기로는 최초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어 "'킹덤'은 내놓을 때마다 '이게 가능하다고?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라는 생각이 든다. 믿기지 않고 감사하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절대 만들어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조선에서의 얘기라도 무사히 끝낼 수 있으면 감사했는데 더 큰 세계관으로 가는 디딤돌까지 왔으니 그 이후 이야기도 가능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설레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고 '킹덤: 아신전'의 공개 소감을 전했다.
'킹덤' 아신전에서는 전지현이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전지현은 조선을 덮친 생사역의 근원과 생사초의 비밀을 간직한 인물 아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또한 시즌2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민치록(박병은)의 전사와 파저위의 부족장 아이다간(구교환), 성저야인 부락의 수장이자 아신의 아버지 타합(김뢰하)까지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며 서사에 다채로움을 더했다.
특히 김은희 작가가 생각하는 아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지현 한 명뿐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전지현 배우를 염두에 두고 썼다. 영화 '암살' '베를린' 등 영화에서 보여줬던 눈빛이 너무 좋았다. 그런 배우가 아신이라는 역할을 해준다면 더 깊은 슬픔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캐스팅할 때는 90%가 걱정이고, 제안한 배우가 안 할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시작하긴 하는데 전지현 배우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성사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전지현 배우가 아니면 어떤 배우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 누구도 생각나지 않았다. 거의 무릎 꿇고 부탁을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출연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은희 작가는 "대사가 많지 않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활을 쏘고 달리고, 지붕 위에 올라가는 액션 연기도 너무 멋있었다. 특히 벌판을 달리는 장면은 배우 그 자체로 하나의 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역시나 너무 어울리는 배우였고, 완벽하게 그려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주인공을 최하층 계급, 그리고 여성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킹덤' 시즌1, 2에 서비(배두나)와 영신(김성규)도 있지만, 주로 기득권층과 최고 계급의 결정이 극을 이끌어왔다"며 "그러나 더 커져가는 '킹덤'의 세계관에서는 피지배층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북방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다가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 됐는데 한이 맺힐 수밖에 없더라"라며 "이 부족의 누군가가 주인 공 중 한 명이 되면 어떨까. 이 사람의 한을 다룬다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킹덤: 아신전'은 '킹덤' 시즌1, 2에 비해 다소 속도감과 박진감이 약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김은희 작가는 "어떤 논란이 있다면 그건 모두 대본을 쓴 작가의 책임이다. 그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그 깊은 이야기가 담긴 글을 앞으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사실 '킹덤: 아신전'은 북방의 아신이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왜 한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해 극한 감정을 주로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까 액션보다는 감정의 깊이를 더 고민했던 것 같다"며 "저도 만들어진 것을 보면서 제가 쓴 것 중에 가장 어둡고 날이 서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표현하려고 했던 기획의도가 이거다 보니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은희 작가가 생각하는 '킹덤: 아신전'만의 매력은 바로 북방이라는 낯선 세계에 대한 표현이다. 그는 "시즌3에서도 북방의 세계가 주로 다뤄질 텐데 낯설고, 남쪽의 느낌과는 굉장히 다르다"며 "척박하고 낯선 북방의 세계를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성훈 감독님과 '킹덤' 스태프들이 정말 대단하다. 화면만 봐도 스산하고 삭막한 북방의 매력이 잘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낯선 북방의 세계, 기존 캐릭터와 새로운 캐릭터들의 시너지, '킹덤: 아신전'이 공개된 이후로 '킹덤'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킹덤' 시즌1이 굶주림, 시즌2가 피와 혈통이라는 키워드를 관통한다면 '아신전'은 한이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꺼낸 김은희 작가는 "시즌3의 결말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는 완료한 상태다.
김은희 작가는 "시즌3도 결국 인간의 힘으로 막기가 힘든 역병에 대한 이야기인데 지형지물이 없는 산이나 평야에 역병이 퍼지면 어떻게 될지, 또 각 캐릭터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모두가 그 역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식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 기대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렇듯 김은희 작가는 '킹덤'을 비롯해 10년 동안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남편인 장항준 감독은 "김은희 작가가 지난 10년간 실패한 작품이 없다"면서 "언젠가 한번 실패하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때가 있을텐데 걱정된다"는 마음을 털어놓은 바 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은희 작가는 명실공히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김은희 작가는 "10년 동안 실패한 작품이 없었다고 하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아쉬운 생각을 당연히 한다. (시청자들이) 눈 감아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그렇지 다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신 경험들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어떡해서든 메우려고 노력한다. 정신적으로 해이해지지 않도록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킹덤'의 김성훈 감독은 참 좋은 파트너다. 김은희 작가는 "너무 힘들어서 대충 넘어가자고 생각한 부분을 캐치해주는 파트너를 만나려고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훈 감독님에게 참 고맙다"고 했다.
이어 "김성훈 감독님에게 대본을 드리면 제가 고민하다가 '그냥 넘어가자'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귀신같이 알아채신다. 제가 좀 포기하고 갔던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야 한다'면서 자극을 주신다. 끝나고 나서 보면 그 부분을 안 풀었으면 이상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그런 자극을 주시는 부분이 고맙다"고 밝혔다.
이렇듯 김은희 작가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영상물은 작가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감독,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하면 대본 이상의 것이 나오고 시너지가 나타나는 것 같아서 그런 분들과 같이 작업하려고 한다. 또 그런 분들과 함께 하 면 부담도 많이 나눠주신다. 어떻게 해서든 좋은 감독 또 좋은 배우들과 같이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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