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5년 전 손흥민의 눈물을 김학범호가 닦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8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온두라스와의 최종전에서 6-0 대승을 거뒀다.
조별리그 전적 2승1패(승점 6)를 기록한 한국은 조 1위로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날 경기는 벼랑 끝 승부였다. B조 네 팀이 최종전을 앞두고 모두 1승1패로 얽힌 상황에서, 한국은 이기거나 비겨야만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온두라스도 급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력으로 8강에 올라가려면 한국을 이겨야만 했다.
하지만 한국에게는 온두라스를 이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5년 전 리우 올림픽에서의 아픔 때문이다. 당시 한국과 온두라스는 8강에서 만났다. 전력 상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였기 때문에 한국은 4강 진출을 기대했다.
그런데 경기는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온두라스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다가 역습을 시도하며 한국을 괴롭혔다. 한국은 온두라스의 늪 축구와 침대축구에 휘말리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8강에서 온두라스에 허망하게 무릎을 꿇었다. 당시 출전했던 손흥민은 경기가 패배로 끝나자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 선수들은 5년 전 아픔을 기억하고 있었다. 앞선 경기에서 다소 불안한 경기력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김학범호였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며 초반부터 온두라스를 괴롭혔다. 달라진 한국의 모습에 온두라스는 크게 당황했다. 전반에만 2개의 페널티킥을 헌납했고, 수비수 멜렌데스가 무리한 수비로 퇴장까지 당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크게 유리한 상황이 됐지만 김학범호는 방심하지 않았다. 5년 전 교훈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반 추가시간 황의조가 1골을 더 추가하며 3-0을 만들었고, 후반전에도 황의조와 김진야, 이강인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6-0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은 8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와 5년 전 패배 설욕이라는 또 다른 목표까지 달성하며 기분 좋게 조별리그를 마무리하게 됐다. 이제 8강부터 매 경기 녹아웃 승부를 펼치는 김학범호가 조별리그에서의 좋은 기운을 토너먼트 무대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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