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엄지원이 시리즈물을 필모그래피에 추가했다. 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 '방법: 재차의'를 통해 드라마와 영화라는 각기 다른 매체를 뛰어넘어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한 것. 그 세계관의 중심에는 엄지원이 있다.
2002년 드라마 '황금마차'로 데뷔한 엄지원은 드라마 '매직' '싸인' '무자식 상팔자'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봄이 오나 봄' '방법' '산후조리원', 영화 '페스티발' '박수건달' '소원'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미씽: 사라진 여자' '마스터' '기묘한 가족' 등에 출연했다.
그런 그가 영화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로 올여름 관객과 만난다. '방법: 재차의'는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미스터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엄지원은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정의로운 기자 임진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방법: 재차의'는 신선한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호평받은 드라마 '방법'의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 '부산행', '반도'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 확장된 '방법: 재차의'에 출연한 엄지원은 "연상호 작가가 드라마도 찍고 크로스로 영화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텀을 길게 두지 않고 바로 붙여서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 얘길 듣고 좋았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싶기도 했다. 보통 후속작이 나오기까지 2~3년의 텀이 생기지 않냐. 그런데 우리는 정말 바로 붙여서 나왔다. 이런 속도감이 참 감사했다. 아마 다음 시즌도 기획하고 있는 것 같다. 시즌이 생기면 더 실감 날 것 같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재차의는 살아 움직이는 시체다. 어떤 면에서 좀비와 닮아 있다. 평소 좀비물을 좋아하던 엄지원은 K-좀비(한국적인 좀비)가 등장하는 작품에 출연해 기뻤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좀비물을 좋아해서 미국 드라마인 '워킹데드'를 재밌게 봤다. 드라마 '방법'이 영화로 가면서 좀비까지 나오지 않냐. 그 가운데 한국적인 색채가 들어가서 더 좋다. 프랑스 영화는 프랑스 영화만의 색이 있고, 중국, 할리우드, 이탈리아 영화도 고유의 색이 있다. 한국적인 K-좀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좀비는 무섭고 기괴하다면 K-좀비는 한국적인 정서가 가미돼 측은하고 사연이 있는 것 같다. 또 좀비물이 대체적으로 도시를 배경으로 일어나는데, 우리나라는 도시 문화가 발달돼 있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지원은 드라마에서 영화로 넘어오면서 더 명쾌한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에서는 정의로운 기자였고, 영화에서는 회사를 퇴사하고 독립언론 채널을 만들었다. 진희라는 캐릭터를 해석할 때 예전보다 더 도도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에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서는 방법사를 만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혼돈의 시간을 겪었다면, 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다 보니 이제는 다른 하나의 눈을 가진 여자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판단이 쉽고 명쾌해진 캐릭터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캐릭터 표현이 단조로운 부분은 고민했다고. 엄지원은 "이 영화는 사건 위주다. 또 임진희는 정의로운 기자라는 프레임을 갖고 있다. 정의로운 연기는 굉장히 어렵다. 어떻게 하면 정의로워 보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또 정의로운 여자가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도 고민했다.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키가 없기 때문에 밸런스를 어떻게 조절해야 되는지도 고민이었다. 또 실사영화지만 재차의 군단을 만나는 건 상상으로 연기해야 됐다. 이런 걸 다 관통해서 쭉 끌고 가는 인물을 표현하는 건 정말 힘들다. 내가 했던 최근 작품 중에 캐릭터가 제일 힘들었던 작품"이라고 했다.
엄지원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감독과 대화를 자주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능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동적인 캐릭터 느낌도 있지 않냐. 이야기를 관객들이 볼 수 있게 끌고 가는 가이드 같은 인물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또 임진희는 리액션을 많이 해야 되는 인물이다. 특히 놀라는 리액션을 많이 한다. 임진희가 단지 리액션을 하는 인물에 그치지 않고 입체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미세한 부분을 더 표현했다. 계산을 통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체력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엄지원은 "여태까지 연기하면서 가장 많이 달린 것 같다. 다른 분들도 고생을 많이 하셨다. 특히 카메라가 따라와야 되는데 죄송했다. 달리는 신들은 속도감이 있어서 즐거운 쾌감이 있기도 했다"며 "목 졸리는 신이 두 번 있었는데, 이것도 어려웠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민됐다"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캐릭터 표현이 우려가 되진 않았을까. 엄지원은 연상호 작가가 보여준 청사진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일명 '방법 유니버스'라고 부른다. 연상호 작가가 '방법' 이야기를 핵으로 앞으로 펼쳐나가고 싶은 청사진이 있다고 설명해줬다. 그래서 더 연결되는 느낌을 잘 받았던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를 구분짓는다기보다는 세계관이 연결돼서 재밌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큰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방법: 재차의'가 관객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했다고 하더라도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가령 임진희의 부부관계나 임진희가 초자연적인 현상에 주목하는 이유 등이다. 이에 대해 엄지원은 "드라마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쉽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드라마를 안 보신 분들도 손쉽게 오락 영화로 즐겼으면 좋겠다. 또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본 게 있어서 더 재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영화에서는 내가 백소진(정지소)과 1년 만에 만나고, 그것에 의미를 두는지 알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다. 영화적으로 방법사의 귀환이라고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 큰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주술사의 등장이다. 또 임진희의 부부 관계는 드라마에서도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건 심플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야 좀 더 재밌더라. 그런 걸 빠르게 판단하고 사건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엄지원은 '방법' 시리즈의 다음 시즌을 원한다. 엄지원은 "개인적인 욕심으로 시리즈물을 갖고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저 배우는 시리즈물을 갖고 있구나'로 기억되고 싶다. 영화가 잘 마무리돼서 많은 관객분들과 만날 수 있다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바람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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