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배우 배인혁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안방극장을 장악하며 '월화수목의 남자'로 불렸다. 데뷔 3년 차, TV만 틀면 나오는 배우가 됐지만, 배인혁에게 연기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다. 이제 막 출발점에 선 그는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배인혁은 tvN 수목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는 부유한 가정 환경과 잘생긴 외모를 바탕으로 여자들에게 인기도 높고 자기 잘난 맛에 취해 사는 계선우로, KBS2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에서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조금의 여유도 없이 고된 삶을 버텨내는 남수현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배인혁은 스포츠투데이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두 작품을 시청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계선우는 미움을 받아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인데, 나름 미움을 잘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럼에도 또 이담(이혜리)과의 관계를 응원해 주신 분들도 계셔서 여러모로 행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은 뒤늦게 합류하게 된 작품이라 걱정도 많고 불안감이 컸는데,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안정감도 찾고 배우들과도 너무 친해져서 수현이처럼 불안했던 시작을 좋은 사람들 덕분에 따뜻한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인혁은 '간 떨어지는 동거'(이하 '간동거') 촬영 막바지에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이하 '멀푸봄')에 캐스팅이 됐다. '멀푸봄' 촬영이 시작되기 2주 전이었고, 촬영이 겹치면서 심리적, 체력적인 부담감이 그를 덮치기도 했다.
그는 "두 작품을 추울 때부터 더울 때까지 이어 해오며 체력적인 힘듦도 있었지만 그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인연들을 얻고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선우와 수현이에 대한 여운이 길게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멀푸봄'은 첫 지상파 주연이었기 때문에 부담감도 있었을 터. 그는 "주연에 대한 부담보다는 뒤늦게 촬영에 합류하게 된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께 하는 배우들이 그의 부담감을 덜어줬다.
배인혁은 "촬영 전에 한 번 보고 현장에서 배우들과 만나게 돼서 첫 촬영 시작 전에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있는데, 다행히도 (박)지훈 씨와 많이 어색하지 않았다. 지훈 씨가 워낙 성격이 밝기도 하고, 계속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다 보니 금방 가까워졌고 그런 부분이 좋은 호흡을 만들어 낸 것 같다"며 "특히 '멀푸봄'은 한 명의 주연이 아닌 여준(박지훈), 수현, 소빈(강민아) 세 명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라 실제로 친해지고 의지하며 부담을 이겨냈다"고 밝혔다.
'간동거'의 계선우, '멀푸봄'의 남수현은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이다. 배인혁은 "계선우는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한마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이다. 근데 이담을 알게 되면서 자신도 처음 가져보는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그 호기심이 호감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점점 자신이 아닌 자신의 중심에 타인인 이담을 두면서 무언가를 포기하는 모습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멀푸봄'의 남수현 같은 경우는 각박한 삶 속에 마음의 문을 닫고 살다가 준이의 진심과 아픔을 보고 또 교수님의 조언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며 소통이라는 것을 하는 변화에 중점을 뒀다"며 "뿐만 아니라 계선우는 여유롭고 풍요로운 집안에서 자란 캐릭터이기에 조금 더 자유롭고 여유도 있고 자신이 있다면, 남수현은 불우한 환경 속에 힘들게 사는 캐릭터이기에 외적으로도 조금 더 왜소하게 만들고 틀에 갇혀 있고, 강박증에 사로잡힌 듯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차이를 두고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멀푸봄'은 극의 중심에서 서사를 이끌어가는 역할이었기에 중압감은 더 컸다. 배인혁은 "'간동거' 속 계선우가 어느 한 순간 변화가 이뤄졌다면 '멀푸봄' 속 남수현의 감정이나 변화들은 나눠 보여주려고 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점차 단계적으로 감정에 이입되면서 남수현의 서사에 더욱 몰입할 수 있길 바랐다. 그리고 남수현은 언뜻 보면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라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남수현의 모습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보여주는 것에 많이 중점을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 끝에 탄생한 캐릭터들은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았다. 배인혁 또한 "목표보다 조금 더 높은 달성률에 도달했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방송된 만큼 '계선우가 남수현인지 몰랐다'는 반응은 그에게 뿌듯함을 안겼다.
그는 "운이 좋게도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을 맡게 된 만큼 그 안에 조화롭게 보시는 분들이 편안히 볼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했다"며 "계선우나 남수현은 극과 극의 상황과 성향을 가진 캐릭터를 극대화시킨 면모가 있다 보니 제가 잘하지 못하면 작품 안에서 어색해 보이거나 그들의 서사에 설득력을 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는데, 주변 반응을 봤을 때 50% 정도는 달성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민과 연구 끝에 탄생한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고, 배인혁이라는 배우를 각인시켰지만 스스로는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배인혁은 "그동안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캐릭터를 주로 맡아 오다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캐릭터를 한 번에 만나게 됐는데, 두 캐릭터가 실제 제 성격과도 많이 달라서 '그렇게 살아온' 또는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는' 모습을 더 여유롭고 자유롭게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그렇다 보니 제가 연기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시청자 입장으로 볼 때는 눈에 보이지 못할 때도 있었다. 현장에서도, 시청자로 작품을 보면서도 많은 걸 배우게 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자신의 아쉬운 모습조차 곧 배움이 됐다. 그는 "제가 처음 접해보는 캐릭터들을 만나서 중심을 잡아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괜히 겁을 먹었고, 그래서 제가 자유롭지 못했다는 걸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배우게 됐다. 앞으로도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밝혔다.
배인혁에게 '간동거'는 '도전', '멀푸봄'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는 두 작품 모두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둘 다 배인혁이라는 이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고, 앞으로도 작품을 하며 배울 게 많고 또 배우는 게 많겠지만 저로서는 정말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2019년 웹드라마로 데뷔해 올해까지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인혁은 나이보다 성숙해 보이는 이미지 덕에 다양한 나이대를 소화할 수 있는 것과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더 다양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 배인혁의 목표다. 그는 "연기는 끝이 없고 답이 없는 게 정말 매력적이다. 답안지가 있는 게 아닌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내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고, 또 서툴면서도 그게 또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겁먹을 필요가 없고 틀에 갇혀 생각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여러 방향으로 해야 더 재밌는 장면들, 더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SBS 새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를 차기작으로 선택한 배인혁은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액션이나 범죄 스릴러 등 다이나믹한 장르에 도전해서 지금껏 보여드리지 못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 드리고 싶다"며 "여전히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걱정이 항상 앞서지만 그만큼 열심히 준비하고, 좋은 기회로 만들어서 더욱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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