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랑종'의 태국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은 반전 매력을 지녔다. 섬뜩하고 기이한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그였지만 실제론 에너지 넘치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돋보였다. 역대급 공포물로 언급되고 있는 '랑종'이지만 나릴야에게는 '잊지 못할 행복한 경험'일 뿐이다.
나릴야는 최근 한국 취재진들과 화상으로 만나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제작 노던크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추격자'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제작과 기획을, '셔터' '샴' '피막'의 반종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랑종'은 개봉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개봉 첫 주 55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나릴야는 '랑종'의 뜨거운 반응을 SNS를 통해 실감하고 있다. 그는 "제가 참여한 영화가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 관객, 팬들이 제 SNS에 좋은 댓글, 메시지를 주신다.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랑종'을 계기로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그는 "한국어 공부를 하며 팬들이 남겨준 글들을 자주 확인 중이다. 또 한글 포털에 '랑종'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기대 이상의 반응들이라 정말 기쁘다"며 벅찬 심경을 드러냈다.
나릴야는 오디션을 통해 '랑종'과 만나게 됐다. 그는 "오디션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이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연기자로서 도전 정신에 불이 붙기도 했고, 내가 꼭 캐스팅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악령에 빙의돼 이상 증세를 보이는 밍 역을 꿰차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이상 증상이 나타난 밍이 무당인 님(싸와니 우툼마)과 대립하는 장면, 아픔이 발현되는 장면 등을 오디션에서 연기했는데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래도 밍 캐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제 상상력을 더해 연기했다. 운이 좋았는지 반종 감독의 의도와 딱 맞아떨어졌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오디션이란 관문을 넘어서니 긴장감이 엄습했다. 나릴야는 "반종은 태국 최고의 감독이고 나홍진은 태국에서조차 유명한 감독이다. 두 사람과 협업이 영광스럽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긴장도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 그 긴장감을 유익하게 활용했다. 스스로를 더욱 압박해서 공부하고 밍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했다. 그런 부분들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는 "영화 후반부에 이상 증세가 나타난 밍을 연기하기 위해 박재인 안무가, 반종 감독 등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 또 현실감 있는 연기를 위해 레퍼런스도 많이 주셨는데 그걸 보며 많이 숙지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하혈, 성관계, 노출 등 고난도 연기도 나릴야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여성으로서 촬영하기 장면은 없었냐는 질문에 "스토리 전개에 모두 필요한 장면이었고 감독과 충분한 대화를 한 후 촬영을 했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릴야는 "촬영장에서도 감독이 '어떠한 스토리 전개를 위해 해당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고 사전에 설명해 줬다. 저 역시 밍으로서 장면을 완전히 이해하고 촬영을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나릴야에게 '랑종'은 웃음을 안겨다 준 작품이다. 그는 "'랑종'의 분위기는 무서웠지만 촬영은 즐거웠다. 그래서 정신적, 육체적 문제는 없었다. 감독에게도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제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또한 나릴야는 "'랑종'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가치 있는 경험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연기자로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좋은 작품, 사람들과 만난 나릴야는 한층 풍부해진 연기 내공을 갖게 됐다. 태국을 넘어 한국 영화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나릴야가 향후 펼쳐갈 행보에 관심과 응원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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