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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종' 반종 감독, 우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인터뷰]
작성 : 2021년 07월 15일(목) 09:20

반종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과거 반종 감독은 방콕에서 열린 한 예술제에서 나홍진 감독을 처음 만났다. 그는 우상이었던 나홍진 감독에게 자신의 작품이 담긴 DVD를 선물했다. 4년 후, 반종 감독은 나홍진 감독과 재회했다. 우상과 팬으로서가 아닌, 기획자와 연출자로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셔터'로 태국 호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피막'으로 태국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공포물의 대가다. 그런 그가 '추격자' '곡성' 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과 손을 잡았다.

영화 '랑종'(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제작 노던크로스)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나홍진 감독이 기획, 제작하고 반종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가장 먼저 반종 감독은 "태국에서 제작된 '랑종'이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게 흥분된다"며 들뜬 소감을 전했다.

'랑종'은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종 감독이다. 아직은 모든 게 얼떨떨하다는 반종 감독은 "나홍진이 훌륭한 감독이고 감독의 영화가 모두 히트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나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나홍진 감독과 협업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반종 감독은 "원래는 나홍진 감독이 태국으로 와서 협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태국에 오지 못했다"며 "차선책으로 온라인을 통해 소통을 하며 일을 했는데 생각보단 어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종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랑종'은 작품 내내 파운드 푸티지(실제 사건을 기록한 영상처럼 보여주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촬영 기법을 택한 이유는 작품 속 공포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기 위해서다. 또한 '랑종'의 리얼한 세계관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반종 감독은 "핸드헬드 방식을 이용해 촬영을 했는데 영화 속 장면들을 파워풀하게 담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마치 관객들이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리얼리티'는 반종 감독이 생각한 '랑종'의 강점이자 차별점이기도 하다. 현실감이 돋보이는 '랑종'을 통해 인간의 원죄나 악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려 했다고.

인간의 원죄, 악을 조명하는 만큼 적나라하고 고수위의 장면도 많다. 실제 '랑종'에는 근친상간, 성관계, 아동·동물 학대, 식인, 존속 살해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모두 담겨 있다. 그러나 반종 감독은 이러한 수위들이 흥행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장면들은 연관성이 있고 스토리 전개에 필요한 장면"이라며 "나홍진 감독과 모든 장면을 디테일하고 심사숙고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은 바로 동물 학대 장면이다. 실제 '랑종'에는 반려견인 럭키가 끔찍하게 사살되는 장면이 있다. 이와 관련한 우려가 이어지자 반종 감독은 "저를 비롯한 모든 제작진들이 최대한 조심하며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아지 견주, 훈련사가 동행해 안전하게 촬영했다. 또 일부러 CCTV 형식으로 카메라 앵글을 넓게 잡았다. 잔인함보다는 스토리 잡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언급했다.

반종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랑종'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그중 밍으로 분한 나릴야 군몽콘켓의 열연이 빛을 발한다. 작품 초반 청순한 소녀였던 그는 악령에 빙의돼 이상 증세를 보인다. 몸을 이리저리 꺾어대고 짐승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까다로운 연기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밍 역이니만큼 캐스팅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반종 감독은 "밍 역할이 연기하기 어려운 역할이기도 하지만 너무 예쁘면 안 되기도 하는 역할이다. 시골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화려한 이미지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 어려운 신을 연기하는 실력자여야 했다. 오디션 테이프를 보면서 누구를 캐스팅할까 머리가 아프고 어려웠다. 그런데 오디션 말미 나릴야를 보고 '이 배우다. 이 배우가 아니라면 할 배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반종 감독이 현장에서 중점을 둔 것은 배우들의 해석력이었다. 그는 "배우들에게 장면의 의미를 해석하게 하도록 했다. 배우들이 스스로 의미를 해석하고 나면 저랑 의견을 나누고 촬영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랑종'에는 배우들의 노력과 더불어 반종 감독의 땀도 담겼다. 여느 공포물 다른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반종 감독은 "타 공포물은 매 장면마다 공포 요소가 있고 흥미롭게 진행된다. 그러나 '랑종'은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중점을 뒀다"며 "화면 화면마다 무서운 게 아니라 서서히 소름이 돋고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낄 수 있게끔 노력했다"고 말했다.

스며드는 공포물 '랑종'은 곱씹어 볼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작품이다. 반종 감독은 "'랑종'을 처음 볼 때는 무섭기만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관람에서는 '아, 이렇게 이야기가 된 거구나'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N차 관람을 추천했다.

반종 감독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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