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2016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였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비디오게임 '슈퍼마리오'의 캐릭터로 분장한 채 폐막식에 등장해 전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4년 뒤 도쿄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도쿄 올림픽은 예정보다 1년 늦은 2021년에야 열리게 됐다. 아베 총리 역시 올림픽 연기가 결정된 이후 지난해 8월 총리직에서 사임하면서, '전 총리'로 올림픽 개막을 맞이하게 됐다.
▲ 설마가 현실로…76년 만의 올림픽 연기
처음 코로나19의 존재와 그 위험성이 알려졌던 2019년말만 해도, 올림픽 연기를 생각하는 사람은 적었다. 21세기 들어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등 전염병이 창궐했지만 대부분 빠른 시간 안에 잦아들었고, 이로 인해 국제적인 이벤트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도 드물었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2016 리우 올림픽 역시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20년 들어서였다. 코로나19가 중국, 유럽 등지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인명피해까지 심각해지면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전세계인들이 알게 됐다. 올림픽에 앞서 진행돼야 할 각 종목 올림픽 예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전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왔다.
개최국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 사이에서도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와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도, 대회 조직위, IOC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본 정부에 있어, 도쿄 올림픽은 동일본대지진을 성공적으로 극복해냈음을 알리는 정치적 무대였다. 후쿠시마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등 일부 종목을 개최하고,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올림픽 선수촌에서 사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올림픽을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목적이 짙었다.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 연기 또는 취소는 최후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었다. IOC 역시 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취소다면 수많은 스폰서 비용과 중계권료 등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선뜻 연기나 취소하기에는 걸려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림픽 열기를 끌어 올려야 할 성화 채화 행사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일본 내에서도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쏟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캐나다를 시작으로,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이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올림픽 개막을 네 달 앞둔 2020년 3월 24일, 일본과 IOC는 올림픽 1년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올림픽이 예정된 개막일에 열리진 않은 것은 세계 2차 대전 중이던 1944년 런던 올림픽(취소) 이후 76년 만에 처음이었다.
▲ 더 이상의 연기는 불가능…취소 위기에 몰렸던 도쿄 올림픽
올림픽 연기가 결정됐지만 이후에도 올림픽 개최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2021년이 된다고 코로나19의 확산이 잦아들 것이라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예정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연기도 불가능했다. 차라리 올림픽을 아예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을 2021년에도 개최할 수 없다면 아예 취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은 올림픽을 1년 후 정상 개최하겠다는 의사를 고수했다.
올림픽 개최의 희망을 살린 것은 코로나19 백신이었다. 2020년 말부터 각 제약회사들이 차례로 코로나19 백신을 발표했다. 백신을 맞으면 선수들이 감염에 대한 걱정 없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고, 관중들 역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2021년 들어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다양한 변이들이 등장하면서 백신의 효과를 감소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계속되는 긴급사태 발령과 자국 국민들의 걱정 속에서도,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올림픽 개최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 하던 다른 국가들도 현재는 올림픽 참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 선수단 내 감염 발생·무관중 진행…계속되는 우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개막이 다가오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올림픽 개막에 앞서 입국한 우간다 선수단에서는 선수와 코치가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져 우려를 증폭시켰다. 다른 국가 선수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도 여전히 심각하다. 올림픽 개막 전까지 도쿄도 내에는 긴급사태가 발령된 상황이다. 어쩌면 이번 올림픽은 긴급사태 속에서 진행되는 대회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 8일에는 일본 정부와 도쿄도, 대회 조직위원회, 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회담을 통해 도쿄도 내에서 펼쳐지는 모든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대회 개막 전에도 벌써 이정도인데 대회 중에는 어떤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도쿄 올림픽이 일본 정부와 IOC의 바람대로 코로나19에 대한 인류의 승리를 선언하는 무대가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많이 어려워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