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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더 사랑할 것"…'마인' 정이서의 시작점 [인터뷰]
작성 : 2021년 07월 01일(목) 09:12

정이서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배우 정이서가 '마인'으로 성공적인 시작점에 섰다.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정이서는 스포츠투데이와 만나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마인'(극본 백미경·연출 이나정)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인'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정이서는 극 중 효원家(가)의 메이드 김유연 역을 맡아 자신이 살아왔던 환경과는 180도 다른 상류층 사회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드러내는 당찬 인물을 연기했다.

오디션을 통해서 '마인'에 합류하게 된 정이서는 "시놉시스를 봤을 때 여성들의 연대가 너무 좋았고,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마인'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을 만나서 리딩을 하고, 두 번째는 작가님과 함께 리딩을 한 뒤 합류하게 됐다"며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기대와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함께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이서는 "김유연이라는 역할에 대해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김유연이 힘든 상황에 처해있지만, 불쌍해 보이거나 처연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기존의 캔디 역할의 틀을 벗어나서 당당하고 당차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걸 중점에 두고 캐릭터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바로 눈을 피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당당하고 당찬 김유연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면 잘 살릴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보통 주눅이 들면 눈을 피하니까 누구와 마주해도 눈을 똑바로 쳐다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정이서 / 사진=tvN 마인


정이서는 차학연과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도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마인'을 통해 첫 로맨스 연기를 펼친 정이서는 "방을 바꿔잔다는 설정을 시청자분들이 낯설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고, 연기하는 게 힘들기도 했다. 최대한 담백하게 하자는 생각이었다"며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애매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해석은 방을 바꿔자면서 가정 환경이 다른 한수혁(차학연)과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이어 차학연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촬영 전에 그룹 리딩을 하면서 빨리 친해졌고, 유일하게 비슷한 나이 또래이다 보니까 장면을 같이 만들어 나갈 때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든든했다"고 웃었다.

정이서에게 '마인'은 본격적인 첫걸음이다. 그의 시작점에 있는 작품인 셈. 그렇기에 아쉬운 점도, 배울 점도 많이 느꼈던 현장이었다. 그는 "아직까지 드라마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까 제가 대본을 보고 '이렇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한 연기가 방송을 통해 봤을 때는 좀 다르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고민에 대한 답은 주변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이보영, 김서형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의 연기를 가까이서 보고 느꼈던 정이서는 "대본을 혼자 읽을 때 선배님들과 같이 붙는 신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 장면은 이렇게 연기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근데 막상 함께 연기해보면 전혀 다른 연기를 하시더라. 제 예상의 틀을 완벽하게 벗어난 연기를 하셔서 호흡을 맞추면서도 깜짝 놀랐다"며 "제가 아직 연기적으로 시야의 폭이 좁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선배님들 연기를 보면서 표현 방식에 있어서 더 폭넓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감정 안에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 슬픈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세부적인 감정에 따른 표현 방식을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아직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배울 점도 있었지만, 배우고 느낀 점도 있었다. 정이서는 "김유연을 연기하면서 배우 정이서로서도, 인간 정이서로서도 많이 배웠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마인'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게 멋있었다"며 "저는 실제로 주눅들 때도 있고 자신감을 잃을 때도 있는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시청자들에게도 제가 느낀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이서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귀한 경험치를 쌓으며 정이서는 또 한 단계 성장했다. 영화 '기생충'에 이어 '마인'을 통해 다시 한번 시청자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셈이다.

7년 정도 미국에서 거주하다가 한국에 와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정이서는 극장으로 향했다. 초등학생 때 영화 '각설탕'을 감명 깊게 본 정이서는 마음 한 구석에 배우라는 꿈을 키우게 됐다.

20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배우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선 작품은 역시 영화 '기생충'이었다. 그는 "원래는 이선균, 조여정 선배님 딸인 박다혜 역으로 지원해서 오디션을 봤는데 나이가 맞지 않아 다른 사람이 캐스팅될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기억에서 잊고 있었는데 피자 사장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오는구나 싶었고,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생충' 이후에 봉준호 감독님이 캐스팅한 배우라는 기대감 때문에 부담감이 생겼고, '마인' 이후에는 제가 생각하는 제 연기에 대한 기준치가 더 높아졌다. 제 연기에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더 꼼꼼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이서에게 '마인(Mine, 내것)'은 자기 자신이다. '마인'을 찍은 이후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저도 어렸을 때는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남들과 다를 거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커가면서 평범한 사람이고,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면서 자책을 할 때도 많았다"며 "근데 '마인' 속 김유연을 연기하면서 부족한 모습도 나고, 그런 나를 내가 사랑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제 자신을 잃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

선하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한 눈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은 정이서는 "그걸 잘 살려서 연기하면 좋을 것 같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제 가까운 미래를 더 궁금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소화할 역할이 많다. 당장 '기생충'의 피자 사장과 '마인'의 김유연이 동일 인물이라는 걸 모르는 분들도 계시니까 제가 어떤 역할을 했을 때 '정이서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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